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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리건이 테러?' 테러공포에 해외 축구계 해프닝 속출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5-11-24 18:19


앨런 존스의 파리 테러 비유 발언을 부각시킨 호주 축구전문 매체 포포투의 인터넷판 캡처.



'파리 테러사건'으로 촉발된 국제적 테러공포가 축구판 해프닝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14일(이하 한국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연쇄 테러가 발생한 이후 벨기에-스페인, 독일-네덜란드의 A매치가 취소된 바 있다.

이후 테러 공포는 더욱 확산돼 벨기에에는 최고등급 테러경보가 내려지는 등 유럽뿐 아니라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테러 공포가 국제사회 곳곳으로 침투하는 가운데 축구판에서도 주요 매치 취소, 경기장 경계강화 등 일상적인 여파 외에도 웃지 못할 해프닝이 속출한다.

호주 축구계는 요즘 '훌리건 명단 공개-파리 테러 비유 사태'로 떠들썩하다. 호주 일간지 데일리 텔레그래프가 최근 이른바 '골통' 훌리건 리스트를 헤드라인으로 보도한 게 발단이 됐다.

이 신문은 호주의 유명 스포츠 전문 여성 언론인 레베카 윌슨의 폭로를 인용해 198명의 훌리건 리스트를 공개하고 호주 축구팬들의 자성을 촉구했다.

일명 'A리그(호주프로축구) 수치 파일(A-League shame file)'에 오른 198명은 호주축구협회(FFA)와 경찰 당국에 의해 작성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동안 각종 경기장에서 소란 등을 일으켜 요주의 인물로 분류된 사람들로 앞으로 최대 수십년간 호주의 모든 경기장 출입이 금지됐다고 한다.

문제는 이들의 신상 정보가 사진과 함께 노출됐고, 일부는 사실과 다른 혐의로 훌리건 오해를 받게 됐다는 것이다.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최근 테러사태와 관련해 다중 집합장소에서의 안전 경각심을 일깨우자는 취지에서 이 사실을 보도했다. 하지만 호주 축구팬들은 개인 정보 공개 등에 대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리스트의 절반 가량을 차지한 것으로 폭로된 웨스턴 시드니 원더러스(A리그 구단)의 서포터스는 웨스턴 시드니 경기 보이콧을 선언했다.


최근 테러리스트로 오인받는 해프닝에 휘말렸던 벨기에 축구스타 나잉골란.


이런 가운데 호주 라디오 방송 4BC의 유명 진행자 앨런 존스가 과도한 발언으로 불난데 기름을 끼얹었다. 존스는 자신이 진행하는 아침 쇼에서 윌슨과의 인터뷰를 통해 'A-League shame file'을 얘기하던 중 경기장 소란 행위를 파리 테러에 비유했다. 존스와 윌슨은 훌리건의 과격 행동은 문화의 문제이며 외부로 자꾸 확산되는 만큼 내부에서 해결해야 하고, FFA의 강력한 대책을 촉구하는 등 '축구판 개혁'을 제안하려는 취지였다. 하지만 파리 테러를 결부시킨 발언이 부각되는 등 논란만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그런가 하면 벨기에에서는 벨기에 축구대표팀의 유명 미드필더 라자 나잉골란(27·AS로마)이 테러 용의자로 오인받는 소동이 있었다. 나잉골란은 18일 예정됐던 스페인전에 차출됐다가 경기가 취소된 뒤 벨기에 앤트워프의 래디슨호텔에서 휴식을 취하다가 긴급 출동한 경찰과 맞닥뜨렸다. 다른 투숙객이 나잉골란의 외모와 행동이 수상하다고 느껴 경찰에 신고했던 것. 당시 파리 테러 용의자가 벨기에로 숨어 들어간 것으로 알려진 터라 경찰은 비상을 걸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출동한 경찰이 나잉골란을 한눈에 알아보면서 해프닝으로 일단락됐고, 나잉골란은 경찰들과 기념촬영까지 했다.

나잉골란은 "내가 무서워 보이기는 하는가 보다"며 웃었다고 한다. 그도 그럴것이 나잉골란은 아버지가 인도네시아인이어서 아랍계 인상을 풍기는 데다 문신과 모히칸 헤어스타일로 호감있는 외모는 아니다.

그래도 내년 1월 이적시장을 앞두고 다른 팀들이 영입대상에 올릴 정도로 잘 나가는 축구선수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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