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해피엔딩' 차두리 "현역 선수로서 오늘이 마지막"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5-10-31 16:46


FC 서울과 인천 유나이티드의 2015 FA컵 결승전이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서울이 3-1의 승리를 거두며 우승을 차지한 가운데 선수들이 우승컵을 든 차두리에게 샴페인 세례를 하고 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5.10.31/



"현역으로서 오늘이 마지막일 것 같다."

차두리(FC서울)가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인천과의 FA컵 결승전에 풀타임으로 출전, 선수 생애 최후의 홈경기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하지만 마지막 홈경기가 아니라 선수로서 마지막 경기가 될 것같다. 차두리는 이날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남은 K리그 클래식 경기에 출전하지 않고 오늘 경기를 마지막으로 현역에서 마무리하고 싶다"면서 "만약 FA컵 우승을 하지 못했다면 K리그 마지막까지 주장으로서 소임을 다해야 하겠지만 지난 1개월간 발바닥 통증이 낫지 않는 바람에 계속 약을 먹고 참으면서 훈련하고 출전했다. 이제 뜻깊은 결과를 얻었으니 개인적으로 몸을 생각해서라도 현역 마지막을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차두리는 최용수 감독과 더 자세한 이야기를 해봐야 한다고 말했지만 차두리의 뜻이 관철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최 감독도 기자회견에서 "차두리는 사실상 오늘이 마지막 경기일지 모른다. 선수들에게 이런 사실을 일부러 하지 않았다"며 차두리를 떠올리자 숙연한 모습을 보였다.

차두리에게는 '삼세번' 만에 거둔 처음이자 마지막 우승컵이었다. 2013년 3월 은퇴를 접고 K리그에 둥지를 틀었던 그해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결승에 올랐지만 광저우 헝다(중국)에 원정 다득점(홈 2대2 무, 원정 1대1 무)에서 밀리며 눈앞에서 정상 고지를 밟지 못했다. 지난해 FA컵 성남과의 결승전도 120분 연장혈투 끝에 득점없이 비긴 후 승부차기에서 2-4로 무릎을 꿇었다. 그는 성남의 우승 세리머니를 그라운드에서 지켜봐야 했다.

하지만 2015년 10월 마지막 날. 축구 인생 마지막 경기를 후회없이 치렀다. 이에 차두리는 "너무 행복하고, 기쁘다.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한국으로 복귀하고 나서 우승 문턱에서 번번이 실패했는데 마지막에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큰 형님다웠다. 기쁨을 만끽하면서도 후배 사랑을 빼놓지 않았다. 이날 우승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듬뿍받은 출전 선수뿐만 아니라 엔트리에 들지 못했지만 지난 32강전부터 준결승까지 함께 했던 후배들을 떠올렸다. 정조국 등 이날 엔트리에 들지 못한 후배 선수들을 거명한 차두리는 "오늘 비록 우리가 빛을 보고 응원을 받았지만 이날이 있기꺄지 함께 한 선수들을 기억주면 좋겠다. 그 선수들이 있었기에 결승이 있었고, 다같이 우승컵 올리는데 큰 역할을 해줬다"고 공을 돌렸다.


차두리는 이날 시상식에서 아버지 차범근 전 수원 감독에게 우승 메달을 걸어줬다. 아버지 이야기가 나오자 차두리는 농담을 곁들이며 여유를 되찾았다. "아버지께 메달을 걸어드렸더니 당신께서도 감독할 때 우승해봤다고 하시더라. 잘 난 아버지를 둬서 그런가 보다(웃음). 다른 아버지는 감동하고 신기해 할텐데 저희 아버지는 다 해봤기 때문에 크게 감동을 안 하시는 듯하다. 그래도 속으로는 아들이 우승했으니 기쁨이 크실 것이다. 메달을 잘 간직할 것이라 믿f다."

해피엔딩으로 선수생활을 마감을 선언한 차두리는 "나중에 한국축구 발전에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상암=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
※보도자료 및 기사제보 news@sportschosun.com -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