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영화상후보작

스포츠조선

[김성원의 센터서클]알고보면 더 흥미로운 FA컵, 올해의 주연은…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5-10-27 09:02



KBS를 통해 세상에 나온 청춘FC가 24일 마지막회를 끝으로 문을 닫았다. 꽃이 아닌 싹이라도 틔우기 위한 축구 미생들의 6개월간의 도전과 눈물은 그라운드의 소중한 울림이었다.

청춘FC는 그라운드의 단면이다. 사연없는 축구 선수는 없다. 갖가지 사연들을 품에 안은 축구 미생들은 늘 세상과 부딪힌다. 최고를 꿈꾼다. 그러나 세상은 냉정하다. '홀로서기'에 성공해야 선택을 받을 수 있다.

각자 다른 삶을 살고 있지만 축구 선수들의 굴곡이 파노라마처럼 얽혀 있는 무대가 있다. 대회는 3월 미생들의 잔치에서 시작된다. '주경야축', 축구가 부업인 직장인들도 당당하게 도전장을 낸다. 대학, K3리그, 내셔널리그, K리그 챌린지(2부 리그),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팀들이 차례로 입장한다. 세상의 관심은 클래식 12개팀들이 무대에 서는 4라운드, 32강전부터 시작된다.

두 번의 기회는 없다. 단판 승부다. 패하면 내년을 기약하고, 승리하면 다음 라운드에 진출한다. 혹시 모를 이변을 꿈꾼다. 돌풍의 문턱은 넘기가 쉽지 않지만 그들의 도전은 늘 아름답다. 그 무대는 바로 FA컵이다. FA컵은 프로와 아마추어를 총 망라해 대한축구협회에 등록된 모든 팀들이 참가할 수 있는 유일한 대회다.

10월의 마지막 주가 시작됐다. '결실의 계절' 가을, 봄부터 시작된 올 시즌 FA컵도 이번 주 막을 내린다. 단 두 개팀만 생존했다. FC서울과 인천 유나이티드, 대망의 결승전이 31일 오후 1시30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다.

축구는 프로야구와 체계가 다르다. 다양한 대회가 열려 다소 헷갈릴 수 있다. 프로축구는 3개의 축으로 한 시즌이 흐른다. 국내리그인 K리그와 FA컵, 그리고 국제리그인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가 공존한다. K리그와 ACL이 프로무대라면, FA컵은 혼합형이다. 역사는 FA컵이 가장 오래됐다.

FA컵의 뿌리는 '축구종가'다. 잉글랜드축구협회는 '축구종가'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잉글랜드를 제외한 각 국은 축구협회(Football Association)앞에 각 국의 영문 첫 글자를 붙인다. 일례로 대한축구협회는 KFA로 통용된다. 잉글랜드축구협회만 정관사 'The'를 붙여 'The Football Association(FA)'이라고 사용한다. FA가 주관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권위있는 대회가 바로 FA컵이다.

최초의 FA컵은 1871년 11월 11일 개최됐다. 잉글랜드 선덜랜드 출신 운동선수이자 스포츠 행정가인 찰스 윌리엄 알콕이 1871년 7월 20일 FA위원회에서 모든 레벨의 클럽들을 한데 모으는 대회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 주장이 받아들여져서 FA컵이 개설됐다.


잉글랜드에서도 FA컵의 묘미는 낮은 디비전 팀이 상위레벨 클럽을 이기는 것이다. '자이언트 킬러(Giant-killer)'라는 대명사가 만들어졌다. 2015~2016시즌에는 736개팀이 참가해 단판 토너먼트 방식으로 승패를 가리고 있다. 결승전은 '축구 성지'인 런던 웸블리에서 열리며, 매 시즌 마지막을 장식한다.

잉글랜드에서 시작된 FA컵은 지구촌 축구의 법이 됐다. 스페인의 경우 '코파델레이(국왕컵)', 일본은 일왕배를 통해 FA컵을 치른다. 우리나라의 경우 부침을 거듭했다. 1921년 열린 전조선축구대회는 일제강점기로 순탄치 않았고, 1946년부터 열린 전국축구선수권대회는 1983년 프로축구 출범으로 의미가 퇴색됐다. 대한축구협회는 두 대회를 FA컵의 전신으로 일컫는다. 오늘날의 FA컵은 1996년 대한축구협회 주관으로 첫 발을 뗐다.

최근 빈도가 잦아졌지만 이변도 있었다. 2004년에는 직장인 구단인 재능교육이 16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2005년에는 프로팀들을 차례로 따돌린 현대미포조선이 준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2001년에는 K리그 최하위팀인 대전이 FA컵에서 우승하며 화제를 일으켰다.

올해 FA컵 결승전도 '작은 이변'이 일어났다. 2004년 K리그에 발을 들인 시민구단 인천이 창단 후 첫 FA컵 결승전에 진출했다. FA컵 우승과 유독 인연이 없던 서울은 2년 연속 피날레 무대에 안착했다. 지난해 16년 만의 FA컵 우승에 도전했지만 실패한 서울은 1998년 이후 17년 만의 정상을 다시 노린다. 피날레 무대에서 '경인더비'가 성사됐다.

제대로 알고보면 더 흥미로운 FA컵이다. 이번 주말 K리그 클래식은 열리지 않는다. FA컵 결승전을 위해 자리를 비웠다.

상암벌이 춤출 10월의 마지막 날, FA컵 의미를 되새기며 모두가 축제의 향연에 함께하기를 기대한다.
스포츠 2팀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
※보도자료 및 기사제보 news@sportschosun.com -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