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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생 절친'지동원-남태희-석현준의 엇갈린 명암,슈틸리케호에선?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5-10-01 08:09



그라운드는 인생의 축소판이다. 조금 앞섰다고 자만할 것도 조금 뒤처졌다고 낙담할 것도 없다. '1991년생 절친'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 남태희(레퀴야) 석현준(비토리아)의 축구 인생도 그랬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따로 또 같이' 해온 '킬러 삼총사'가 2015년 가을, 나란히 슈틸리케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A대표팀에 함께 승선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홍명보 감독이 이끌던 20세 이하 대표팀, 올림픽대표팀에서 짧게 한솥밥을 먹었던 이들이 다시 뭉친다.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이들은 '축구 DNA'가 남다르다. 10대 시절 일찌감치 큰물을 맛봤다. 지동원과 남태희는 2007년 대한축구협회 유소년 지원 프로젝트의 수혜자다. 열여섯 축구소년은 잉글랜드 레딩 유소년 클럽에서 동고동락하며 우정을 나눴다. 남태희는 유럽에 남았고, 이후 2009년 프랑스리그 발랑시엔에 입단해 3시즌을 보낸 후 2011년 중동 카타르리그 레퀴야로 진출했다. 신갈고 시절, 광양제철고 지동원과 경쟁했던 석현준은 2010년 1월, 19세의 나이에 네덜란드 아약스와 계약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2010년 전남 드래곤즈에서 프로 데뷔한 지동원은 유럽 진출이 가장 늦었다. 카타르아시안컵에서 맹활약한 직후인 2011년 여름, '최연소 프리미어리거'로 잉글랜드 선덜랜드 유니폼을 입었다.

A매치 데뷔는 석현준이 가장 빨랐다. 석현준은 2010년 9월 7일 조광래 A대표팀의 부름을 받아, 이란과의 친선전에 출전했다. 지동원은 2010년 12월 카타르아시안컵을 앞두고 조 감독의 부름을 받았고, 시리아와의 평가전에서 데뷔전 데뷔골을 쏘아올렸다. 2011년 1월 아시안컵에서 4골을 몰아치며 빅리그의 꿈을 이뤘다. 남태희는 2011년 2월 터키와의 평가전에서 A매치에 데뷔했다.

세 선수중 가장 먼저 빛난 선수는 지동원이었다. 조광래 전 감독, 홍명보 전 감독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았다. 세 선수 중 A매치 경험이 가장 많다. 어린 나이에 2011년 카타르아시안컵, 2012년 런던올림픽,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 모두 나섰다. A매치 31경기에서 8골을 기록했다. 남태희는 런던올림픽에 나섰지만 브라질월드컵 무대는 밟지 못했다. A매치 24경기에서 2골을 터뜨렸다. 네덜란드 리그, 중동리그에서 꿈을 이어가던 석현준의 이름은 잠시 잊혀졌다.

2014년 9월, 슈틸리케 감독의 부임 이후 세 선수의 명암은 다시 엇갈렸다. 지동원은 슬럼프였다. 기회를 찾아 잉글랜드를 떠나 독일을 택한 지동원은 아우크스부르크를 강등에서 구하며 맹활약했지만, 원소속팀 도르트문트에선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했다. 아우크스부르크로 완전 이적한 이후 잦은 부상에 시달렸다. 호주아시안컵을 앞두고 부름받지 못했다. 같은 기간 '중동 메시' 남태희의 활약이 불거졌다. 지동원의 레딩 동기, 남태희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영리한 플레이로 안정적인 축구 커리어를 또박또박 쌓아왔다. 지동원과 함께 런던올림픽 동메달을 따냈고, 매경기 알토란 같은 활약으로 눈도장을 찍었다. 슈틸리케 감독 부임 직후 '황태자'로 회자됐다. 아시안컵 4경기에 나섰고, 3월 우즈베키스탄, 뉴질랜드, 6월 아랍에미리트와의 친선전에 잇달아 부름을 받았다. 잊혀진 석현준은 지난 몇 년간 소속팀에서 절치부심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달 러시아월드컵 예선전에서 이정협을 대신할 '원톱' 자원으로 석현준을 지목했다. 일단 합격점을 받았다. 9월 3일 러시아월드컵 2차예선 라오스전(8대0 승)에서 데뷔골도 신고했다.

29일 명단 발표를 앞두고 슈틸리케 감독은 김신욱과 지동원을 놓고 마지막까지 고민했다. "지동원을 한번 더 불러 점검을 가까이서 해보기로 했다. 최근 지동원이 출전시간을 늘려나가고 있다"며 기대감을 표했다. 지동원이 지난 3월 31일 뉴질랜드와의 평가전 이후 7개월 만에 태극마크를 달았다. 2011년 9월 2일 레바논전 2골 이후 'A매치 골'이 없는 지동원의 반전이 절실하다.

석현준도 재신임을 받았다. 석현준은 동기중 가장 후발주자다. 그러나 최근 기세가 남다르다. 포르투갈 프리메라리가 6경기에서 5골-4도움을 몰아치며, 득점 2위를 달리고 있다. 한가위 연휴에도 골을 터뜨렸다.

슈틸리케 감독은 남태희도 다시 불러들였다. "9월 초 예선전에선 실력이 부족해서 소집 안 한 것이 아니라, 중동리그 휴식기 컨디션 조절이 필요했다"고 친절한 설명도 곁들였다. 신임은 여전하지만 '신성' 권창훈과 '붙박이' 구자철과의 경쟁을 이겨내야 한다. 서로 다른 리그에서 서로를 응원하며 성장해온 이들이 처음으로 대표팀에서 만난다.

쿠웨이트전, 자메이카와의 평가전에서 1991년생 '킬러 삼총사'가 보여줄 공존과 경쟁은 흥미롭다. 1992년생 손흥민(토트넘), 이재성(전북), 황의조(성남) 등 걸출한 후배들의 도전도 거세다. 낯선 땅에서 온몸으로 부딪치며 다져온 '골잡이의 품격'을 증명할 시간이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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