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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3일 상대하는 라오스는 약체중에 약체로 꼽힌다.
FIFA 랭킹 177위로 한국(54위)과 많은 격차가 있다. 라오스와의 역대 맞대결에서 3전 전승을 거둔 한국은 가장 최근인 2000년 아시안컵 예선에서 9대0으로 대파했다.
3경기 평균 득점이 5골인 반면 실점은 '제로(0)'일 정도로 라오스는 부담없는 상대다. '슈틸리케호'는 안방에서 이런 약체를 상대로 레바논 원정(8일)을 대비해 몸풀이 경기를 하게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이번 라오스전 관전 포인트는 여유로운 승리가 예상되는 가운데 축구보는 재미를 더해줄 어떤 장면이 연출되느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제3의 슈틸리케의 남자는 누구?
원조 '슈틸리케의 남자'는 이정협(24·상주)이다. 하지만 이정협은 K리그 챌린지 경기 도중 불의의 부상을 하는 바람에 장기간 출전이 힘들다. 두 번째 황태자는 이재성(23·전북)이다. 이재성은 지난 3월 우즈베키스탄과의 평가전에서 만점짜리 데뷔전을 치른 뒤 최근 동아시안컵까지 2선의 핵심으로 중용되고 있다. 이번에도 이재성은 구자철(26·아우쿠스부르크)을 대신할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라오스전에서는 극단적인 수비가 확실시되는 상대를 뒤흔들 수 있는 앞선에서 황태자가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최전방에 우선 눈길이 간다. 슈틸리케 감독은 "석현준, 황의조 등 최전방 자원과 손흥민 등 2선 공격수들이 좋은 활약을 펼쳐주기를 기대한다"며 다양한 공격실험을 예고했다. 사실상 최전방은 '무주공산'이다. 슈틸리케 감독이 붙박이 주전으로 기용하는 이정협이 빠졌기 때문이다. 해외파에 비중을 두는 슈틸리케 감독 스타일상 석현준(24·비토리아)이 먼저 출전기회를 얻고 황의조(23·성남)가 조커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석현준과 황의조는 슈틸리케 감독의 새로운 실험대상이다. 그동안 공격수 자원으로 김신욱(울산) 이용재(나가사키) 등이 실험을 거쳤지만 확고하게 눈도장을 받지 못했다. 이정협을 제외하고 마땅한 공격수를 찾지 못한 슈틸리케 감독의 고민은 석현준 황의조의 발끝에 달린 것이다. 이정협의 대체자원으로 뒤늦게 승선한 김민우(25·사간도스)도 황태자 후보다. 슈틸리케 감독이 자신의 선택을 확인해보기 위해서라도 김민우에게 기회를 줄 수밖에 없다. 최전방에서 이정협만 한 재목이 등장하지 않을 경우 측면 돌파와 공격감각이 뛰어난 김민우가 이재성 부럽지 않은 칭찬을 얻어낼 수 있다. 동아시안컵을 통해 슈틸리케 감독의 눈길을 당긴 권창훈(21·수원)은 대선배 기성용(26·스완지시티)과 발을 맞춰 이참에 눈도장을 받아야 한다.
슈틸리케, 이번엔 어떤 실험을?
이번 2차 예선 2, 3차전은 어쩔 수 없이 유럽파를 풀가동하지 못한다. 유럽 이적시장 때문이다. 당장 라오스전에서는 박주호와 구자철이 제외된다. 박주호는 마인츠에서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로, 구자철은 마인츠에서 아우크스부르크로 이적하는 게 확정되는 바람에 이적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이다. 슈틸리케 감독으로서는 한국축구 전력의 막대한 비중을 차지하는 유럽파를 제대로 가동못하는 게 아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상대가 라오스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그리 나쁜 일만도 아니다. 새로운 '플랜B' 자원을 찾을 수 있는 기회다. 일부 일본-중국파를 제외하고 국내파 위주로 검증한 동아시안컵과 달리 이번에는 능란한 유럽파와 국내파의 조합을 실험할 수 있다. 당장 구자철이 빠진 2선 삼각편대에서는 이미 합격점을 받은 이재성이 중용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김승대(24·포항) 김민우 황의조가 실험대에 오를 수 있다. 이들은 구자철 대체용이 아니더라도 이청용 손흥민의 체력안배를 위해서라도 출격 채비를 갖춰야 할 것으로 보인다. 4-2-3-1을 기본 포메이션으로 하는 슈틸리케호가 최전방에서 어떤 실험을 할지도 관심사다. 석현준 황의조 모두 이정협을 대신할 원톱 자원이지만 슈틸리케 감독으로부터 전폭적인 신임을 아직 받지 못했다. 그럴 시간도 없었다. 슈틸리케 감독이 이정협 대체자로 김신욱이 아닌 김민우를 발탁한 것도 공격라인 운용에 변화를 시도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관측된다. 한 K리그 클래식 감독은 "상대가 라오스이고, 김민우를 선택한 것으로 볼 때 상황에 따라 제로톱으로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를 염두에 두고 관전하면 재미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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