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홈 팬들의 환호속에 그라운드를 빠져나가고 있는 이청용. 런던=임종훈 통신원 |
|
이례적인 서두였다.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은 24일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2~3차전 라오스(9월 3일 오후 8시·화성), 레바논(9월 8일 오후 11시·이하 한국시각·베이루트)전에 출전할 최종엔트리를 공개한 자리에서 첫머리에 이청용(27·크리스탈팰리스)을 언급했다. "이청용은 최근 출전시간이 부족하지만 경기를 뛰는 몸상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2주 전 일부 출전 시간을 부여받았고 주말에 명단에 포함됐다. 이번 두 경기에서 상대는 공간을 내주지 않는 수비적인 플레이를 할 것으로 보인다. 밀집수비가 예상된다. 이청용이 측면에서 많은 역할을 해 줄 것을 기대해 발탁했다." 단단한 믿음이 묻어났다.
이청용이 크리스탈팰리스 입단 후 첫 축포로 슈틸리케 감독을 웃게 했다. 그는 26일 영국 런던의 셀허스트 파크에서 벌어진 2015~2016시즌 캐피탈원컵 2라운드 슈루즈버리 타운(3부 리그)과의 홈경기서 2-1로 앞선 연장 전반 7분 팀의 세 번째 골을 터뜨렸다. 드와이트 게일이 찔러준 패스를 잡아 상대 수비를 따돌린 후 반박자 빠른 오른발 슛으로 골네트를 갈랐다. 크리스탈팰리스는 이청용의 쐐기골을 앞세워 4대1로 승리했다.
이청용은 올초 볼턴에서 크리스탈팰리스로 이적하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 복귀했다. 3년 만의 빛이었다. 하지만 호주아시안컵에서 오른정강이와 발목 사이 실금이 가며 4월말에야 복귀전을 치를 수 있었다. 시즌 막판이라 '이적 첫 골'도 없었다.
새 시즌의 막이 올랐다. 치열한 주전 경쟁은 숙명이었다. EPL에선 2라운드 아스널전(1대2 패)에서 추가시간 3분을 포함해 18분간 그라운드를 누빈 것이 전부였다. 1라운드 노리치시티(3대1 승), 2라운드 애스턴빌라전(2대1 승)에선 결장했다. 리그컵에서 탈출구를 마련했다. 시즌 1호 축포로 본격적인 주전 경쟁에 가세했다. 연장전을 포함해 120분을 소화하며 체력적으로도 숨통이 트였다.
골 뿐이 아니었다. 그는 이날 경기의 매치데이 프로그램 표지를 장식했다. 팀의 기대가 한껏 담겨 있었다.
|
◇매치데이 프로그램 표지를 장식한 이청용. 런던=임종훈 통신원 |
|
이청용도 고무됐다. 그는 "연장까지 가는 힘든 경기였지만 팀이 이겨서 기분이 좋고, 팀의 많은 골 중 하나를 기록하여 굉장히 기쁘다"며 환하게 웃었다. 그리고 "아직 리그에서는 15분 정도밖에 뛰지 않았다. 항상 공격포인트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출전시간을 늘려가다 보면 분명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앞으로 많은 경기가 남아있으니 팬들이 한 경기를 보고 판단하시는 것보다 조금 더 지켜봐 주면 기대에 부응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주전 경쟁에 대해서도 "경쟁은 어느 팀에나 존재한다. 분명 그 선수들과는 다른 나의 장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감독님이 상대팀에 맞는 전술로 다양하게 선수들을 기용할 것이다. 기회가 오면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고 했다.
이청용은 29일 원정에서 첼시와 EPL 4라운드를 치른 후 귀국길에 오른다. 그는 31일 슈틸리케호에 소집된다. 이청용은 "두 경기(라오스, 레바논)를 이겨야 남은 경기를 편하게 임할 수 있어 굉장히 중요한 경기라고 생각한다"며 "해외파의 시즌 초반 좋지 않은 모습 때문에 걱정하는 분들이 있지만 선수들 모두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 시즌 초반이기 때문에 아직 부족한 모습은 당연한 것 같다. 좋은 컨디션으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다"고 덧붙였다.
첫 축포로 자신감을 수확한 이청용의 올 시즌은 지금부터다.
김성원 기자, 런던=임종훈 통신원
[
※보도자료 및 기사제보 new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