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성(23·전북)은 대세다. 중국 우한에서 열린 2015년 동아시안컵에서 에이스로 맹활약했다. 어딜 가든 사람들이 알아본다. 12일 열린 팬사인회에는 시작 1시간전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 정도였다.
동아시안컵 이야기부터 물었다. 이재성은 동아시안컵을 통해 스타로 발돋움했다. 3경기를 모두 뛰었다. 이재성 유무에 대한 경기력 차이는 컸다. 이재성은 손사래부터 쳤다. "내가 잘한 것이 아니다. 함께 간 선수들이 모두 도와줬다"고 했다. 이어 "선수들 모두 K리그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이고 있었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에서 중국, 일본 선수들과도 많이 맞붙었다.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며 "보여줄 수 있는 것만 다 보여주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적중했다"고 설명했다.
동아시안컵에서 이재성은 오른쪽 날개로 뛰었다. 소속팀에서 줄곧 뛰었던 중앙 미드필더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무리없이 잘 소화했다. 이재성은 "대학(고려대)시절 다양한 포지션을 경험했다. 경기 중에도 포지션을 바꿨다"며 "그 때의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오른쪽 측면에 서기는 했지만 전북에서 중앙에 설 때와 비슷한 점이 많다. 대표팀의 날개 공격수는 옆으로 벌리는 것이 아니라 안쪽으로 좁힌다. 중앙으로 치고 가면서 패스나 드리블 돌파를 통해 상대를 공략한다. 이런 면에서 닮은 점이 많아 편했다"고 했다.
인기를 실감하냐고 물었다. 날아온 대답은 의외였다. "죄송하다"는 말부터 꺼냈다. "인기를 실감했다. 감사하더라. 그런데 사실 죄송한 것이 더 크다"고 말했다. 이유가 다소 귀여웠다. 이재성은 "많이 좋아해주시면서 사인이나 사진을 함께 찍자고 요청하신다. 그런데 시간 관계상 다 해드릴 수가 없다. 팬들에게 너무나 죄송하다"고 했다. 최근 이재성은 변화도 감행했다. 사인을 간결하게 바꿨다. 그는 "예전 사인은 한 번 하는데 꽤 오려걸렸다. 그래서 이번에 바꿨다. 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여야 더 많은 분들에게 사인해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천성이 착한 '순둥이'였다.
|
이제 이재성은 또 다른 도전에 직면한다. 9월 열리는 라오스, 레바논과의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에서 유럽파와 경쟁해야 한다. 동아시안컵에서 주가를 올린만큼 주변의 기대도 크다.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이재성은 "경쟁을 하더라도 자신있다. 동아시안컵에서 우리가 했던 플레이라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재성이 9월을 기다리는 데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바로 '친구'인 손흥민(23·레버쿠젠)을 만날 수 있기 때문. 둘은 중학교 3학년 때인 2007년 처음 만났다. 중등연맹 선발팀인 청룡의 일원으로 한솥밥을 먹었다. 이재성은 "(손)흥민이는 쾌활했다. 매력이 넘쳤다. 빠르고 슈팅력이 좋았다"고 회상했다. 대회가 끝난 뒤에도 서로 연락을 이어갔다. 그러던 중 손흥민은 유럽으로 갔다. 한동안 이재성은 손흥민을 잊고 살았다. "흥민이는 좋은 모습도 보이면서 승승장구했다. 반면은 나는 평범한 선수였다. 몸도 멀어지고 하니 연락이 쉽지 않았다"고 했다.
그들이 다시 만난 것은 지난해 9월 파주NFC(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였다. A대표팀과 아시안게임대표팀이 동시에 소집됐다. 손흥민은 A대표팀, 이재성은 아시안게임대표팀 소속이었다. 오랜만에 만났지만 스스럼이 없었다. 이재성은 "그 때 너무 반가웠다. 예전 기억이 속속 났다"고 했다. 그리고 올해 3월 이재성은 A대표팀에 승선했다. 손흥민이 가장 반겼다. "둘이 막내였다. 그래도 흥민이는 A대표팀을 많이 오갔다. 어리바리한 나를 흥민이가 많이 도와줬다. 그 덕분에 A대표팀에 빨리 녹아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재성에게도 목표가 생겼다. 친구 흥민이와 함께 월드컵에 나가는 것이다. 이재성은 2014년 브라질월드컵 직전 손흥민에게 "꼭 골도 넣고 좋은 성적을 내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면서 "다음 월드컵에는 함께 가자"고 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났다. 이재성도 A대표팀에 조금씩 자리를 잡고 있다. 그는 "2018년 러시아월드컵에서는 흥민이와 함께 하고 싶다. 꼭 흥민이의 골을 돕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내가 더 노력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전북 그리고 아시아 정상
전북도 소중한 존재다. 2014년 프로 데뷔를 앞두고 이재성은 고민이 컸다. 프로에 올지 학교에 1년 더 남을지 고민했다. 그리고 전북에서 계약을 제의한 것도 고민이었다. 전북은 '신인들의 무덤'이다. 자칫 잘못하면 경기에 뛰지도 못하고 벤치만 달굴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재성은 과감했다. "도전하지 않고 학교에 남아 안주하는 모습을 그려봤다. 도저히 상상이 되지 않았다"며 "부딪혀보기로 했다. 후회하더라도 부딪힌 후에 후회하는 것이 낫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성공이었다. 이재성은 전북에 제대로 안착했다. 데뷔 첫 해 K리그 우승의 기쁨도 맛봤다.
올해는 한층 더 업그레이드됐다. 그는 "지난해는 여유가 없었다. 하지만 올해는 경험이 붙어서인지 여유도 생겼다"고 했다. 목표는 아시아 정상이다. 이재성은 "K리그 우승은 물론이고 꼭 아시아무대 정상에 오르고 싶다. 그래서 클럽월드컵에 나가 좋은 선수들과 부딪혀보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전주=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
※보도자료 및 기사제보 new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