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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제 무리뉴 첼시 감독과 아르센 벵거 아스널 감독은 유독 사이가 안 좋다. 만남을 앞두면 으르렁댄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양 감독은 2일 열린 커뮤니티실드를 앞두고 격돌했다. 가시돋힌 설전을 펼쳤다.
이런 벵거에게 있어 무리뉴 감독은 떠돌이다. 무리뉴는 포르투와 첼시, 인터밀란, 레알 마드리드 등을 왔다갔다했다. 성적은 좋았다. FC포르투와 첼시, 인터밀란, 레알 마드리드 등에서 14개의 메이저대회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다만 벵거 감독의 눈에는 분명 한계가 있었다. 포르투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팀에서는 부자 구단주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다. 벵거 감독의 눈에 비친 무리뉴 감독은 '돈의 힘을 빌린 우승청부사'였다.
스타일과 가치관에서 상반된 두 감독은 2005년 처음으로 설전을 벌였다. 벵거 감독은 "스포츠에서 전략이나 계획 없이 이기는 데에만 집중한다면 스포츠는 위험에 놓일 것"이라고 말했다. 무리뉴 감독이 결과에만 너무 집착한다는 뜻이었다. 무리뉴 감독은 발끈했다. "벵거 감독이 관음증을 가지고 있다. 벵거 감독이 지난 12개월동안 첼시에 대해 말한 것을 모았는데 120페이지나 된다"고 비아냥 됐다. 벵거 감독은 "통제가 불가능한 사람이다. 현실과 동떨어져 있고, 무례하다. 멍청한 사람에게 성공을 주면 그 사람은 때때로 더 멍청해진다"는 말로 맞받아쳤다.
둘은 매 경기가 있을 때마다 서로의 아픈 곳을 건드리며 설전을 펼쳤다.
2014년은 갈등의 최고시기였다. 2014년 2월 무리뉴 감독은 첼시의 리그 우승 가능성에 대해 보수적인 태도를 보였다. 아직은 우승을 이야기할 때가 아니라고 했다. 그러자 벵거 감독는 무리뉴 감독에 대해 "실패를 두려워한다"고 일침을 날렸다. 무리뉴 감독은 즉각 반격했다. 그는 "벵거 감독이야말로 실패 전문가"라고 했다. 이어 "나는 실패를 두려워한다. 그 이유는 내가 실패해본 적이 많지 않아서다. 내가 만약 8년동안 첼시에서 우승하지 못했다면 두번 다시 런던으로 돌아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그로부터 8개월 후 둘 사이의 갈등은 물리적 충돌로 이어졌다. 2014년 10월 5일 런던 스탬퍼드브리지였다. 양 팀의 2014~2015시즌 7라운드 경기에서 두 감독은 충돌했다. 전반 19분 아스널 알렉시스 산체스가 첼시 개리 케이힐의 거친 태클에 쓰러졌다. 벵거 감독은 테느니컬 에어리어를 벗어나 강하게 항의했다. 이른 본 무리뉴 감독은 벵거 감독을 향해 손가락질하며 제자리로 돌아가라고 했다. 벵거 감독은 무리뉴 감독의 가슴을 밀치며 신경전을 벌였다. 이날 두 감독의 대립은 전세계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경기는 첼시의 2대0 승리로 끝났다. 경기 후 무리뉴 감독은 "벤치는 오롯한 나의 영역이다. 그 누구라도 침범할 수 없다"고 했다. 이에 벵거 감독은 "무리뉴 감독이 한 말을 듣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이후 두 감독은 서로에 대해 자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서로에 대한 비난도 그 수위가 낮아졌다. 벵거 감독이 무리뉴 감독에게 절대 열세기 때문이다. 벵거 감독은 6무7패로 무리뉴 감독을 단 한번도 이기지 못했다.
하지만 커뮤니티실드를 앞두고 다시 설전을 펼쳤다. 앞으로 두 감독의 격돌은 최소 2번이나 남아있다. FA컵이나 유럽챔피언스리그, 리그컵 등을 생각하면 더 많이 만날 수도 있다. 두 감독이 격돌을 앞두고 또 어떤 설전을 펼칠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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