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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무릎은 정상이 아니다. 고질이다. 무리하면 물이 차고, 물을 빼내도 연골 주변으로 조각이 돌아다닌다. 올 시즌 후에는 다시 수술대에 올라야 한다.
그는 3월 K리그로 돌아왔다. 7년 만의 복귀에 기대와 우려가 공존했다. 어느덧 우려는 사라졌다. '킬러 본능'은 여전히 건재했다.
'집념'이 행운도 가져온다
'박주영 골=무패', 등식이 성립됐다. 박주영이 골을 터트린 경기에선 패전이 없다. K리그 6경기에서 4승2무를 기록 중이다. 포항과의 FA컵 8강전(2대1 승)도 팀이 0-1로 끌려가던 전반 25분 동점골, 후반 23분 역전 결승골을 터트리며 팀의 4강 진출을 견인했다.
골 내용을 보면 더 흥미롭다. 운 좋은 골이 꽤 있었다. 그는 4월 12일 인천전(1대1 무)에서 페널티킥으로 복귀골을 터트렸다. 6월 6일 전북전 선제골(2대1 승)과 22일 포항과의 FA컵 결승골은 수비수 맞고 굴절된 후 골문으로 빨려들어갔다. 1일 제주전(4대2 승)도 골문 바로 앞에선 그에게 볼이 배달됐다.
25일 인천전도 그랬다. 후반 37분이었다. 몰리나의 패스를 받은 윤주태의 크로스가 상대 수비수 맞고 굴절돼 골문 쪽으로 흘렀다. 쇄도하던 박주영이 끝까지 따라가 넘어지면서 발끝으로 볼을 터치해 득점을 만들었다. 사실 발을 대지 않아도 볼이 골문으로 들어가는 상황이었다. 박주영의 골이었다. 득점 이후 그의 반응이 더 재밌었다. 머쓱해진 그는 윤주태를 향해 "너의 골"이라고 손짓을 하며 공을 돌렸다.
최 감독은 "결국 스트라이커는 골로 말한다"고 평가했다. 운으로 치부할 수 있지만 각도를 달리보면 골에 대한 '집념'이 빚은 작품이다. 고도의 집중력이 행운도 가져왔다. 수비수 맞고 굴절된 골도 그의 슈팅에서 출발한 것이다. 골냄새를 맡는 탁월한 능력은 뛰어난 위치선정에서 시작됐다. '킬러' 박주영에게 쏟아지는 '찬사'는 예전의 '야유'를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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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감독은 "티는 안내지만 주영이는 몸도, 마음도 지쳐있고, 힘들 것이다. 하지만 운동장에서 뭘 보여줄지 알고 있다. 경기력도 좋아지고 있다. 2주 회복을 하면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했다. 서른 살 박주영은 달라졌다. 그는 포항전 후 "무릎이 안 좋다고 해서 대충할 생각은 없다. 감독님이 믿어주시는 만큼 열심히 했고, 100%는 아니지만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며 "전반기에는 팀에서 기대하는 만큼 좋은 모습을 보이지는 못했다. 무릎도 안 좋았고, 경기장에서 많은 것을 하지 못했다. 후반기에는 전반기보다 나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인천전에서 약속을 지켰다.
박주영에게 더 이상 의문부호가 달리지 않는다. 파워도 생겼고, 볼키핑력과 개인기도 전성기 시절로 돌아가고 있다. 슈팅에도 자신감이 붙었다. 활동량도 넓다. 고립됐을 때는 미드필드까지 진출해 경기를 풀어나간다. 최 감독은 "예전의 주영이가 아니다. 한층 성숙됐다"고 강조했다.
K리그는 23라운드를 끝으로 동아시안컵(8월 2~9일) 휴식기에 들어간다. 클래식 24라운드는 8월 12일 재개된다. 서울은 울산 원정에 오른다. 본격적인 순위 경쟁은 8월부터다. 박주영의 비상에 서울은 물론 K리그도 한껏 고무됐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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