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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담꾼' 최강희 감독 잡는 '주장바라기' 차두리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5-07-02 16:48 | 최종수정 2015-07-03 08:16


'2015 하나은행 K리그 올스타전' 팀 최강희 VS 팀 슈틸리케의 기자회견이 2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렸다. 차두리가 최강희 감독이 자신의 이름을 호명하자 기뻐하고 있다.
올해 K리그 올스타전은 K리그 클래식에서 전북을 단독 선두로 이끈 최강희 감독과 지난해 부임해 한국 축구의 변화를 이끌고 있는 울리 슈틸리케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의 대결로 벌어진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5.07.02/

최강희 전북 감독은 자타공인 K리그 최고의 입담꾼이다.

어눌한 말투 속 촌철살인의 유머로 좌중을 웃긴다. 미디어데이와 각종 기자회견, 시상식의 주연으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프로축구연맹이 최강희 감독을 K리그의 얼굴로 내세운 것은 성적도 성적이지만, 최 감독 특유의 쇼맨십도 한 몫을 했다. 그런 최 감독을 잡는 고수가 등장했다. 올스타전 팬투표 1위를 차지한 '주장바라기' 차두리(서울)였다.

최 감독과 차두리는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 감독·주장 투표에서 만장일치 득표를 한 염기훈(수원)과 함께 2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2015년 하나은행 K리그 올스타전, '팀 최강희 대 팀 슈틸리케' 선수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이날 기자회견의 백미는 단연 최 감독과 차두리의 밀당(밀고 당기기)이었다.

올해 올스타전은 팀 최강희와 팀 슈틸리케의 맞대결로 진행된다. 일단 올스타전 엔트리는 팬 투표 결과 70%와 K리그 클래식 12구단 감독 및 주장(12명) 투표 30%를 더해 22명이 최종 확정됐다. 또 감독 추천으로 각각 7명을 추가 발탁한다. 36명이 별들의 축제에 서게 된다. 최 감독과 슈틸리케 감독은 추첨을 통해 자신의 팀에서 뛸 선수들을 선발했다. 이날은 골키퍼 1명과 수비수 4명, 총 5명씩 선발했다.

차두리가 포문을 열었다. '어느 팀이 더 끌리나'는 질문에, 팀 최강희를 바라봤다. 사실 차두리는 두 감독과 모두 사연이 있다. 슈틸리케 감독과는 2015년 호주아시안컵에서 준우승을 함께 달성했다. 뉴질랜드전에서 은퇴경기를 할 기회도 준 것이 슈틸리케 감독이다. 슈틸리케 감독이 인연이라면, 최 감독과는 악연에 가깝다. 최 감독은 2011년부터 2013년까지 A대표팀을 이끌 당시 단 한차례도 차두리를 선발하지 않았다. 차두리는 "두분 다 너무 훌륭한 감독님이니시까 어딜 가도 좋을 것 같다. 슈틸리케 감독님하고는 아시안컵 가서 좋은 성과내고 좋은 추억만들었다. 반면 최강희 감독님은 K리그 최고의 감독님 중 하나다. 대표팀 시절에 저를 선발 안하셨다. 이번 기회라도 마음 사로 잡을 수 있으면 좋겠다. 은퇴 전에 하고 싶은거 다해야 하니까 지목해주시면 나쁜 선수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운명의 장난처럼 최 감독이 수비수 우선권을 뽑았다. 차두리의 운명은 최 감독의 손에 달렸다. 선발 직전 차두리가 두손을 비비며 '아부'까지 했다. 오른쪽 수비수를 호명하는 순간, 최 감독의 입에서는 다른 후보 임창우(울산) 대신 차두리의 이름이 나왔다. 차두리는 두 팔 들어 환호했고 최 감독과 악수 후 포옹까지 했다. 순순히 넘어갈 최 감독이 아니었다. 이내 "차두리는 압박 때문에 뽑았다"고 속내를 밝혀 장내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여기가 끝이 아니었다. 차두리는 팀 최강희에 뽑힌 소감을 말하며 또 다른 카드를 꺼냈다. 주장직이었다. 차두리는 "이유가 어찌됐던 좋다. 최 감독님이 마침내 저를 뽑아주셨다. 주장까지 시켜주면 은퇴해도 마음 편할 것 같다. 상대에 전북선수들 많은데 감독님이 잘하면 그쪽 전술 알아서 이길 것 같다"고 웃었다. 차두리는 팬들에게 경기장을 찾아달라는 당부의 말을 전하면서도 "최 감독님의 전술을 선수들에게 이해시키도록 주장 완장차고 잘 준비하겠다"고 쐐기를 박았다. 최 감독은 결국 두손을 들었다. '팀 최강희의 주장' 차두리가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한편, 올스타전 팀 최강희의 수문장은 김승규(울산)로 확정됐다. 차두리를 비롯해 홍 철(수원) 오스마르(서울) 요니치(인천)이 최 감독과 호흡을 맞춘다. 슈틸리케 감독은 대표팀에서 외면했던 권순태(전북)를 선발했다. 이어 전북의 최철순과 김형일, 제주의 알렉스, 울산의 임창우는 팀 슈틸리케의 포백으로 나선다. 프로축구연맹은 나머지 선수들의 올스타전 소속팀 추첨을 순차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6일에는 미드필더, 9일에는 공격수 추첨이 이뤄진다. 올스타전은 17일 오후 7시 경기 안산 와스타디움에서 열린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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