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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희 전북 감독은 자타공인 K리그 최고의 입담꾼이다.
올해 올스타전은 팀 최강희와 팀 슈틸리케의 맞대결로 진행된다. 일단 올스타전 엔트리는 팬 투표 결과 70%와 K리그 클래식 12구단 감독 및 주장(12명) 투표 30%를 더해 22명이 최종 확정됐다. 또 감독 추천으로 각각 7명을 추가 발탁한다. 36명이 별들의 축제에 서게 된다. 최 감독과 슈틸리케 감독은 추첨을 통해 자신의 팀에서 뛸 선수들을 선발했다. 이날은 골키퍼 1명과 수비수 4명, 총 5명씩 선발했다.
차두리가 포문을 열었다. '어느 팀이 더 끌리나'는 질문에, 팀 최강희를 바라봤다. 사실 차두리는 두 감독과 모두 사연이 있다. 슈틸리케 감독과는 2015년 호주아시안컵에서 준우승을 함께 달성했다. 뉴질랜드전에서 은퇴경기를 할 기회도 준 것이 슈틸리케 감독이다. 슈틸리케 감독이 인연이라면, 최 감독과는 악연에 가깝다. 최 감독은 2011년부터 2013년까지 A대표팀을 이끌 당시 단 한차례도 차두리를 선발하지 않았다. 차두리는 "두분 다 너무 훌륭한 감독님이니시까 어딜 가도 좋을 것 같다. 슈틸리케 감독님하고는 아시안컵 가서 좋은 성과내고 좋은 추억만들었다. 반면 최강희 감독님은 K리그 최고의 감독님 중 하나다. 대표팀 시절에 저를 선발 안하셨다. 이번 기회라도 마음 사로 잡을 수 있으면 좋겠다. 은퇴 전에 하고 싶은거 다해야 하니까 지목해주시면 나쁜 선수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운명의 장난처럼 최 감독이 수비수 우선권을 뽑았다. 차두리의 운명은 최 감독의 손에 달렸다. 선발 직전 차두리가 두손을 비비며 '아부'까지 했다. 오른쪽 수비수를 호명하는 순간, 최 감독의 입에서는 다른 후보 임창우(울산) 대신 차두리의 이름이 나왔다. 차두리는 두 팔 들어 환호했고 최 감독과 악수 후 포옹까지 했다. 순순히 넘어갈 최 감독이 아니었다. 이내 "차두리는 압박 때문에 뽑았다"고 속내를 밝혀 장내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여기가 끝이 아니었다. 차두리는 팀 최강희에 뽑힌 소감을 말하며 또 다른 카드를 꺼냈다. 주장직이었다. 차두리는 "이유가 어찌됐던 좋다. 최 감독님이 마침내 저를 뽑아주셨다. 주장까지 시켜주면 은퇴해도 마음 편할 것 같다. 상대에 전북선수들 많은데 감독님이 잘하면 그쪽 전술 알아서 이길 것 같다"고 웃었다. 차두리는 팬들에게 경기장을 찾아달라는 당부의 말을 전하면서도 "최 감독님의 전술을 선수들에게 이해시키도록 주장 완장차고 잘 준비하겠다"고 쐐기를 박았다. 최 감독은 결국 두손을 들었다. '팀 최강희의 주장' 차두리가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한편, 올스타전 팀 최강희의 수문장은 김승규(울산)로 확정됐다. 차두리를 비롯해 홍 철(수원) 오스마르(서울) 요니치(인천)이 최 감독과 호흡을 맞춘다. 슈틸리케 감독은 대표팀에서 외면했던 권순태(전북)를 선발했다. 이어 전북의 최철순과 김형일, 제주의 알렉스, 울산의 임창우는 팀 슈틸리케의 포백으로 나선다. 프로축구연맹은 나머지 선수들의 올스타전 소속팀 추첨을 순차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6일에는 미드필더, 9일에는 공격수 추첨이 이뤄진다. 올스타전은 17일 오후 7시 경기 안산 와스타디움에서 열린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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