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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틸리케호 승점 3점으로만 만족할 수 없는 이유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5-06-18 07:58



승점 3점이 중요하다. 하지만 승점 3점이 전부가 아니다.

역사가 이야기한다.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은 결코 쉬운 여정이 아니었다. 최종예선을 논하는 것이 아니다. 수월할 것 같았던 2, 3차 예선에도 위기는 있었다. 2006년 독일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최종전에서 난산 끝에 몰디브를 2대0으로 꺾었지만 만에 하나 패하거나 비길 경우 탈락할 수도 있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도 마찬가지였다. 아시아지역 3차예선 최종전에서 쿠웨이트에 패했다면 최악의 운명을 만날 수 있었다. "쿠웨이트에 지면 이민가려고 했다." 쿠웨이트전부터 월드컵 예선 무대를 밟은 최강희 전 A대표팀 감독의 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슈틸리케호가 2018년 러시아월드컵을 향해 첫 발을 뗐다.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도전하는 대한민국은 16일(이하 한국시각) 태국 방콕의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G조 1차전에서 미얀마를 2대0으로 물리쳤다. 승점 3점을 챙겼다. 그러나 뒷 맛은 개운치 않았다.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도 만족할 수 없었다. 그는 "경기 스코어만 놓고 보면 양 팀의 전력 차가 크지 못한 것으로 보일 정도였다. 우리가 볼 점유율도 압도적으로 우세했고 수비에도 전혀 실수나 어려움이 없었다. 하지만 공격에서는 두 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첫째는 많은 기회를 살리지 못했고, 둘째는 패스 실수가 많았다"며 "상대가 밀집 수비하면 경기할 때에는 공간이 잘 나지 않기 때문에 좀 더 기술적으로 세밀한 플레이를 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제 첫 단추를 뀄다.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은 5개팀씩 8개조로 나뉘어 진행된다. 각 조 1위 8개팀은 최종예선에 직행한다. 각 조 2위를 차지한 8개팀 중 성적순으로 상위 4개팀이 최종예선에 합류한다. 대한민국은 미얀마, 레바논, 쿠웨이트, 라오스와 함께 G조에 포진해 있다. 미얀마는 G조에서도 약체다. 이번 원정의 경우 '제3국 개최'라는 프리미엄도 있었다. 레바논, 쿠웨이트 원정은 더 험난하다.

승점 3점에 안주하기보다 스스로 매듭을 풀 수 있는 방책을 마련해야 한다. 역시 밀집수비에 대한 면역력을 높이는 것이 슈틸리케호의 최대 현안으로 떠올랐다. 미얀마전은 절반의 성공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이 공을 들인 세트피스에서 2골이 나왔다. 선제골은 손흥민(레버쿠젠)의 코너킥을 이재성(전북)이 헤딩으로 화답했다. 두 번째 골은 손흥민이 그림같은 무회전 프리킥으로 골네트를 출렁였다.

그러나 필드골이 없었던 것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미얀마는 경기 시작부터 최전방 공격수 1명을 제외하고 필드 플레이어 9명이 자기 진영에 그물을 쳤다. 태극전사들은 그 틈새를 효과적으로 공략했다. 양쪽 측면의 배후를 침투하며 기회를 잡았다. 전반 6분 염기훈(수원)의 슈팅이 골대를 맞았다. 5분 뒤 손흥민의 슈팅은 골키퍼가 아닌 수비수의 몸에 맞고 흘러 나왔다. 하지만 이것이 화근이었다. 결정적인 골 기회가 허공으로 날아가자 초심을 잃고 무너졌다. 패스의 정확도는 떨어졌고, 공격 전개 속도가 느려지면서 측면에서도 갈피를 잡지 못했다. 공격 루트도 중앙쪽으로 단순해졌다. 미얀마의 밀집수비에 갇혔다.

밀집수비에는 인내가 필요하다. 어느 팀이든 90분내내 집중력을 발휘할 수 없다. 분명 기회는 온다. 실수에 위축돼서는 안된다. 밀집수비를 뚫는 전략을 지속적으로 전개해야 한다.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은 9월 재게된다. 슈틸리케호는 8월 동아시안컵에 출전한 후 9월 3일 안방에서 라오스, 8일 원정에서 레바논과 격돌한다. 그리고 10월 8일에는 쿠웨이트와 또 다시 원정경기를 치른다. 러시아행을 위해선 밀집수비에 대한 답을 분명 찾아야 한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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