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영화상후보작

스포츠조선

빈자리로 확인한 기성용의 존재감 '대체불가'

하성룡 기자

기사입력 2015-06-18 07:58



'든자리는 몰라도 난자리는 안다'고 했다.

슈틸리케호가 16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미얀마와의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1차전에서 2대0으로 승리를 거뒀지만 고전을 면치 못했다. 대표팀의 중원을 든든하게 지키던 '중원 사령관' 기성용(스완지시티)의 빈자리가 유독 크게 느껴진 경기였다.

"패스 실수가 많았다."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은 미얀마전을 마친 뒤 어려웠던 경기 운영의 원인을 패스 미스에서 찾았다. 17일 인천공항에서 가진 귀국 인터뷰에서는 "볼 점유시 공간창출이나 움직임, 볼컨트롤 등 기술적 세밀함 등은 보완해야 할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노련한 중원 사령관 부재가 가져온 아쉬움이다. 기성용은 이번 2연전에 나선 슈틸리케호에 합류하지 못했다. 지난달 13일 오른 무릎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아 회복 중이다. 지난해 9월 슈틸리케호가 출범한 이후 기성용이 대표팀에서 아예 제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슈틸리케 감독도 불가피하게 중원에 플랜 B를 가동했다. 8월에 열릴 동아시안컵 대비와 향후 대표팀 중원 운영을 위한 중요한 실험 무대였다. UAE전에서는 실험이 성공을 거뒀다. 정우영(빗셀 고베)의 재발견이었다. 중원에서 맹활약했다. 정우영은 넓은 활동 반경과 전진 패스, 정확한 롱패스로 무장해 기성용의 공백을 잠시나마 지웠다. 그러나 미얀마전에서는 큰 기대가 실망으로 돌아왔다. 미얀마전에서 정우영은 부정확한 패스로 실수를 연발했고, 중앙으로만 패스를 전개해 단조로운 공격 패턴을 이어갔다.

풍부한 경험과 꾸준함을 갖춘 기성용의 공백이 느껴진 대목이다. A매치 경험이 많은 중원 사령관이었다면 밀집수비로 나오는 미얀마의 수비진을 분산시기 위해 좌우로 찔러주는 패스로 공격의 활로를 개척했을 것이다. 중거리 슈팅으로 수비진을 페널티박스 바깥으로 끌어내는 것도 한 방법이다. 밀집 수비를 파헤치기 위한 이같은 완급 조절은 기성용이 아시아의 약체들을 상대할 때 보여왔던 모습이다.

A매치 출전 2경기에 불과한 정우영에게 아직 노련함은 기대하기는 힘들었다. 또 다른 아쉬움은 꾸준함이다. 단 2경기만에 슈틸리케호는 극과 극의 경기력을 선보였다. 호주아시안컵 3위를 차지한 '강호' UAE를 상대로는 시원한 경기를 펼쳤다. '약체' 미얀마전에서는 승리에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공수를 조율하는 중원 사령관의 역할 수행에 따른 경기력 차이다. 상대에 상관없이 꾸준하게 경기 흐름을 조율하는 기성용의 부재가 미얀마전에서 더욱 도드라진 이유다. A매치 출전이 두 차례에 불과한 정우영이 기성용 같은 플레이를 하지 못했다고 해서 비난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미얀마전이 기성용의 역할과 존재감이 '대체불가'라는 사실을 재차 확인할 수 있었던 경기임은 분명했다.

현재 기성용은 통증 없이 조깅을 소화하고 있다. 7월 스완지시티의 프리시즌에 맞춰 그라운드에 복귀할 예정이다. 큰 변수가 없는 한 9월 3일 홈에서 열리는 라오스와의 2차예선 2차전을 위해 슈틸리케호에 합류한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75위인 라오스는 미얀마(143위)보다 더 약체다. 미얀마 이상으로 수비적으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기성용의 존재감을 다시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
※보도자료 및 기사제보 news@sportschosun.com -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