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최악의 선수난 속 색깔 유지한 수원이 얻은 귀중한 승점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5-06-17 22:01


수원 삼성과 베이징 궈안의 2015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G조 6차전이 5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양팀이 1대1 무승부를 기록한채 경기를 마쳤다. 경기를 마친 수원 선수들이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수원=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5.05.05/

"상대 신경 쓸 겨를이 어딨어요."

17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제주와 수원의 2015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16라운드, 경기 전 만난 조성환 제주 감독과 서정원 수원 감독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양 팀 모두 생소한 라인업을 꺼내 들었다. 제주는 박수창을 원톱에 놓고 로페즈-양준아-김영신을 2선에 포진시켰다. 수원은 최전방에 레오, 허리에 홍 철-산토스-권창훈-고차원-백지훈을 넣었다. 수비에는 곽희주가 오랜만에 선발로 나섰다. 최악의 선수난이 만든 기형적인 라인업이었다.

제주는 공격진이 완전히 붕괴됐다. 강수일이 도핑 양성 반응으로 빠졌고, 까랑가, 배기종, 정영총 등이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고 있다. 선발 명단에 포함됐지만 윤빛가람과 로페즈도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다. 조 감독은 "7월 되면 좋은 일만 있을건지 지금 시련을 주는 것 같다"고 씁쓸히 웃었다. 수원은 더 했다. 부상에 A대표팀-올림픽대표팀 차출, 경고 누적까지 겹쳐 10명이 뛸 수 없게 됐다. 대부분이 주전급 선수들이었다. 벤치에 앉은 정대세는 체력이 방전됐다. "2명 빼고 다 데려왔다"고 한 서 감독의 말이 수원의 현실이었다. 최악의 상황에서 제주를 맞이한 서 감독은 "가뜩이나 힘든데 비까지 내린다"며 "있는 선수들 다 모아서 명단을 짰다. 상대에 어떻게 대응할지 신경쓸 겨를 조차 없다. 지금 상황에서 다음 전북, 서울전을 고민하는 것은 사치"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조 감독과 서 감독이 꼽는 승부의 키는 '외부' 보다는 '내부'에 있었다. 조 감독은 "발을 맞춰볼 기회가 많지 않은 선수들인 만큼 얼마만큼 우리만의 축구를 할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한 포인트"리고 했다. 서 감독도 "상황이 좋지 않다고 승부를 포기할 수는 없다. 우리 것을 최대한 할 수 있도록 주문했다"고 했다.

본연의 컬러를 더 낸 팀은 수원이었다. 수원은 '에이스' 염기훈이 빠졌지만 아기자기한 공격축구를 이어나갔다.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서 수원의 공격을 이끈 산토스-권창훈 콤비가 3골을 넣었다. 부상으로 제 몫을 못했던 지난시즌 득점왕 산토스는 친정팀 제주를 상대로 멀티골을 터뜨렸다. 궁여지책으로 왼쪽 미드필더로 나선 '왼쪽 윙백' 홍 철은 3개의 도움을 기록했다. 반면 제주는 윤빛가람이 부진하자 특유의 패싱게임을 하지 못했다. 박수창의 선제 프리킥골, 로페즈의 동점골 등 분위기를 반전시킬 기회가 있었지만, 믿었던 수비까지 흔들렸다. 수원은 후반 36분 '돌아온 곽대장' 곽희주의 쐐기골까지 터졌다. 제주는 후반 41분 로페즈가 페널티킥 골을 넣으며 추격했지만, 결국 경기는 수원의 4대3 승리로 끝이 났다. 수원은 최악의 상황에서 승점 3점을 수확했고, 제주는 올시즌 첫 홈경기 패배의 쓴 맛을 봐야했다.


제주=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
※보도자료 및 기사제보 news@sportschosun.com -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