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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환 제주 감독, 2주 만에 머리 바꾼 이유는?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5-06-04 07:00



"초심으로 돌아가고자 합니다(웃음)."

지난달 23일. 제주월드컵경기장의 모든 시선이 중앙 통로로 쏠렸다. 이날은 홈 관중 2만명 달성시 머리를 오렌지색으로 물들이겠다는 공약을 했던 박경훈 전 감독을 대신해 조성환 제주 감독이 염색 후 첫 출격하는 자리였다. 앞선 울산전에서 2만 관중 앞에서 짜릿한 2대1 역전승을 일군 조 감독은 처음엔 난색을 표했다. 그러나 팬들의 성원을 무시할 수 없었다. 조 감독은 약속을 지켰고, 축구 팬들은 열광했다.

3일 성남과의 2015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14라운드를 앞둔 조 감독의 머리는 더 이상 '오랜지색'이 아니었다. 검은 머리를 되찾았다. 창피해서 바꾼 게 아니다. 취임 초기의 다짐을 새겨 다시금 2만 관중 쾌거를 일구겠다는 나름의 다짐이었다.

제주는 온탕과 냉탕을 오가고 있다. 안방에선 무패를 기록하며 고공비행하지만, 바다를 건너면 무승이다. 뛰어난 기량으로 안방을 수놓을 때면 '할 만하다'는 자신감을 갖지만, 남의 집에만 가면 움츠러든다. 성남전에 앞서 가진 광주전에서도 경기시작 5분 만에 실점한 뒤 결국 이를 만회하지 못했다. 조 감독은 "시즌 초반 일정을 마치고 계속 부상자가 발생하면서 팀 운영에 어려움이 많은 게 사실"이라면서도 "체력이 완충된 부상자들이 돌아오면 시너지가 날 것으로 기대 중이다. 선수들 모두 어려운 여건 속에서 최선을 다해주고 있다"고 믿음을 드러냈다.

제주는 성남과 3골씩을 주고 받는 '혈전'을 치렀다. 3-1로 앞서던 상황서 내리 2실점 하면서 고개를 떨구는 듯 했다. 그러나 후반 46분 김 현의 '극장골'이 터지면서 팬들을 열광시켰다. 조 감독은 김 현의 결승골이 터지자 코칭스태프, 제자들과 얼싸 안으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선수들이 안방에 오면 연예인 기질이 발동하는 것 같다. 팬들을 기쁘게 해주고 싶어서 이런 결과를 낸 듯 하다(웃음)."

올 시즌 제주의 목표는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출전권 획득이다. 전반기에 상승세를 타다 후반기에 급격히 무너지는 패턴을 반복했던 제주가 3위 자리를 제대로 지켜낼 지 설왕설래가 오가고 있다. 조 감독이 홈 상승세에 연연하지 않고 초심을 강조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원정 승리'로 물꼬를 트겠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원정에 나설 때마다 승리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클럽하우스를 떠난다. 원활하게 되지 않는 부분이 있지만, 잘 준비해 반드시 승리를 얻고 오겠다." 과연 제주의 초심, 안방불패의 흐름이 원정 승리의 환희로 나타날까.


서귀포=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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