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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부족하지만 차범근 감독님을 목표로 하겠다." vs "내가 아닌 독일 기록을 목표로 해야지."
차 전 감독은 현역 시절 유럽 무대를 호령한 아시아 최고의 스트라이커였다. 1978~1979시즌 다름슈타트에서 독일 생활을 시작해 프랑크푸르트와 레버쿠젠에서 10시즌 동안 308경기에 출전, 98골을 기록했다. 1985~1986시즌 분데스리가에서 기록한 19골은 한국인 한 시즌 최다골 기록으로 남아있다. 1989년 현역에서 은퇴한지 26년이 흘렀지만 차 전 감독이 분데스리가에서 남긴 기록은 여전히 한국의 유럽파가 넘기 힘든 벽이자 목표다. 손흥민이 올시즌 차 전 감독의 기록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손흥민은 정규리그 11골, 독일축구협회(DFB) 포칼 1골, 유럽챔피언스리그 5골(플레이오프 2골·본선 3골)을 합쳐 총 17골로 이번 시즌을 마무리했다. 세 시즌 연속 정규리그 두자릿수 득점에 성공했고, 분데스리가 진출 이후 한 시즌 최다골을 작성했다. 그럼에도 차 전 감독의 기록에는 미치지 못했다. 손흥민은 "17호골까지는 일찍 터졌지만 3골을 남겨 놓고 골이 안들어갔다. 부담이 컸다"고 말했다.
차 전 감독은 자신의 기록에 재차 도전장을 내민 후배의 다짐에 흐뭇한 미소를 보이면서도 더 큰 목표를 제시해줬다. 독일 기록이었다. "나를 넘어설게 아니라, 독일의 기록을 넘어야 한다." 독일의 한 시즌 최다골 기록은 '폭격기' 게르트 뮐러(69)가 보유하고 있다. 그는 1972~1973시즌 바이에른 뮌헨에서 활약하며 한 시즌동안 67골을 뽑아냈다. 뮐러의 1971~1972시즌 분데스리가 40골은 40여년이 지난 지금도 한 시즌 리그 최다골 기록으로 남아있다. 차 전 감독이 독일 최고의 기록을 주문한 것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손흥민의 기량과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비록 넘기 힘든 벽일지라도 도전만으로도 큰 가치가 있다. 차 전 감독의 미소와 조언 속에는 분데스리가를 대표하는 공격수로 성장한 '후배' 손흥민을 대견해하는 마음이 가득 담겨 있었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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