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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빨 빠졌다던 성남,외인 공격듀오가 이끈 '반전'무승부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5-05-10 18:01 | 최종수정 2015-05-11 07:17



"이빨 다 빠졌지. 허허(웃음)."

김학범 성남 감독은 허탈한 웃음밖에 지을 수 없었다. 황의조 김태윤 윤영선 등 주축 선수들을 줄부상과 경고누적으로 잃은 불가항력적인 상황 때문이었다. 10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10라운드 포항전을 앞두고 김 감독은 "아시아챔피언스리그와 K리그 병행이 힘들다. 가장 우려했던 부상자가 안나왔으면 했는데…. 변수의 관리가 필요한 시기"라고 했다.

이날 황선홍 포항 감독도 어이없는 웃음을 지었다. '스틸타카의 핵' 김승대(24)가 부상으로 쓰러졌다. 황 감독은 "9일 자체 훈련에서 왼손등을 밟혀 미세한 금이 갔다. 반깁스를 하고 있다. 3~4주 회복이 필요하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러면서 "김승대-안드레 모리츠 조합을 보기가 어렵네"라며 헛헛하게 웃었다. 올 시즌 김승대와 모리츠는 동시에 선발로 경기에 나선 적이 없다. 한 명이 부상에서 돌아오면 다른 한 명이 다쳤다. 또 모리츠가 최근 비신사적 행위로 4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아 공존은 이뤄지지 않았다. 성남전이 기회였지만, 이번엔 김승대의 부상으로 공존이 무산됐다.

게다가 수비진의 불안도 황 감독의 고민거리였다. 중앙 수비수 김원일을 제외하고 3명의 수비수가 모두 바뀐 올 시즌 실점이 늘었다. 무실점으로 막은 경기는 두 경기뿐이었다. 황 감독은 "우리의 실수로, 집중력 결여로 골을 내준 장면이 많았다. 좀 더 짜임새있는 수비 조직력을 갖춰야 한다"고 했다.

분위기 반전도 필요했다. 포항은 5일 부산에 패했다. '황새표' 제로톱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으면서 스스로 경기를 어렵게 만들었다. 황 감독은 "부산전 이후 선수들을 다그치지 않았다. 스스로 느끼길 바랐다. 다만, 간절함과 절실함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고 말했다.

뚜껑이 열렸다. 이날 경기는 2대2로 비겼지만, 양팀 사령탑의 희비가 엇갈렸다. 김 감독은 고민을 덜었다. 공격수 황의조 대신 선발 투입된 김동섭이 제몫을 해주지 못했지만, 외국인 공격수들의 막판 활약이 빛났다. 0-2로 패색이 짙던 인저리타임, 기적같은 '버저비터' 무승부가 이뤄졌다. 선발 출전한 조르징요가 후반 추가시간 시작과 함께 히카르도의 도움을 받아 만회골을 터뜨렸다. 2분 후인 후반 47분 히카르도의 동점골까지 터졌다.

반면, 황 감독의 고민은 절반밖에 해갈되지 않았다. 2골을 먼저 넣은 후, 후반 막판 2골을 허용하며 비겼다. 일단 주전 자원 못지 않은 교체 카드는 성공이었다. 최근 몸 상태를 끌어올린 고무열이 전반 16분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손준호가 선제골을 밀어넣었다. 후반 24분에는 모리츠 대신 교체투입된 이광혁이 추가골을 터뜨렸다. 포항 유스 출신인 이광혁은 지난해 1군 계약을 한 뒤 올 시즌 7경기만에 프로 데뷔 골을 기록했다. 그러나 시즌 세 번째 무실점에 도전했던 수비진은 뒷심 부족을 드러냈다. 후반 38분 고무열이 퇴장 당해 수적열세에 놓인 뒤 상황이 문제였다. 90분간 잘 버텨오던 수비진은 이날 잇단 주심의 애매한 판정에 무너졌다. 포항의 젊은 피들은 심리적으로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냉정함은 끝까지 유지되지 못했다.

한편, 이날 후반 추가시간에는 심판 판정에 불만을 표시한 관중이 그라운드에 물병을 던져 경기가 5분 가량 지연됐다. 해당 관중은 퇴장 조치됐다.
포항=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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