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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에 나서고 있는 4룡(龍)이 탈이 났다. 주중에 치른 ACL 변수를 극복하지 못했다.
ACL과 K리그 클래식을 병행하고 있는 전북과 수원, 서울과 성남이 26일 열린 클래식 8라운드에서 나란히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두 마리 토끼를 잡기가 쉽지 않았다. 떨어진 체력 앞에 장사 없었다.
8라운드에서 4룡이 동시에 승리를 거두지 못한 이유는 체력 고갈이다. 지칠대로 지쳤다. 전북, 수원, 서울, 성남은 4월에 3~4일 간격으로 8경기를 치르는 '살인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클래식 5경기, ACL 2경기, FA컵 1경기를 치르는 일정이다. 네 팀은 지난 21일과 22일 ACL 주중 경기를 치렀다. 수원과 전북이 일본 원정에 다녀왔고, 서울과 성남은 안방에서 경기를 치렀다. 조별리그 5차전으로 16강 진출에 사활이 걸린 중요한 일전이었다. 정예 멤버로 전력을 쏟아냈다. 클래식 8라운드는 살인 일정의 7번째 경기였다. 지친 상황에서 3~4일 휴식을 갖고 8라운드에 나섰고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또 다른 변수는 '더위'였다. 이날 전국의 날씨는 대부분 25~26도를 넘어섰다. 떨어진 체력에 갑자기 찾아온 무더위까지 겹쳐 선수들의 발걸음은 더욱 무거웠다. 대전전을 앞둔 서정원 수원 감독은 "이번 경기는 전술과 정신력도 중요하지만 날씨가 중요한 변수가 될 것 같다. 갑자기 날씨가 더워지면 선수들의 컨디션이 급격하게 떨어진다. ACL 경기를 치르고 피로가 쌓인 상태에서 더위에 체력이 쉽게 떨어질까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우려가 현실이 됐다. 수원은 줄기차게 대전의 골문을 위협했지만 집중력 부족으로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수원은 무려 21개의 슈팅을 시도했다. 이 중 7개의 슈팅이 골문으로 향했지만 모두 골키퍼 정면이거나 힘이 없었다. 패스 플레이는 원활했지만 순간 집중력을 요하는 페널티박스 안에서의 플레이는 무기력했다. 포백 수비 중 3명을 부상과 경고 누적으로 잃은 수비진도 집중력을 잃었다. 수원은 후반 2분 아드리아노에게 백헤딩 선제골을 내준데 이어 후반 36분 수비 뒷공간이 순간적으로 무너지며 추가골까지 헌납했다. ACL과 무더위 변수로, 대전은 '거함' 수원을 2대1로 제압하고 개막 후 8경기만에 감격적인 첫 승을 수확했다. 대전이 수원 원정에서 승리를 거둔 것은 2005년 8월 28일 이후 10여년만이다. 수원 원정 10경기 연속 무승행진(4무6패)의 고리를 끊어내고 귀중한 승점 3점을 따냈다.
반면 수원은 '왼발의 마법사' 염기훈의 연속 공격포인트 행진을 이어간 것으로 위로를 삼아야 할 것 같다. 염기훈은 0-2로 뒤진 후반 38분 정대세가 얻어낸 페널티킥을 침착하게 넣으며 클래식 7경기 연속 공격포인트(5골-5도움)를 달성했다. ACL까지 포함하면 10경기 연속 공격포인트(6골-8도움)다. 염기훈은 클래식에서 득점(5골)과 도움(5도움)에서 모두 단독 선두에 올랐지만 팀의 패배로 고개를 숙이게 됐다.
서울 역시 살인 일정이 부상으로 이어지는 악재를 만나 고전했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교체 투입된 수비수 김진규가 근육 부상으로 10분만에 교체 아웃됐다. 제주를 상대로 승점 1점에 그친 김학범 성남 감독도 체력적 어려움을 토로했다. "로테이션 등으로 체력 문제 해결해야 한다. 선수들도 이겨내야 한다. 체력이 떨어지면 집중력이 떨어진다." 8라운드를 마친 클래식은 이제 5월 일정에 돌입한다. ACL 16강에 진출하는 팀들은 다시 8경기를 치르는 살인 일정에 맞서야 한다. ACL이 클래식 순위 경쟁의 가장 큰 변수로 떠 올랐다.
수원=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