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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강' 전북 현대의 리그 무패 기록이 22경기에서 멈춰섰다. 전북은 26일 오후 2시 전남 광양전용구장에서 펼쳐진 K리그 클래식 8라운드 전남 원정에서 1대2로 패했다. 지난해 8월 31일 전남에 1대2로 역전패한 후 지난해 9월 6일 상주 상무전부터 올시즌 7라운드 제주전(1대0 승)까지 무려 리그 22경기(17승5무)에서 지지 않았다. 전남이 보유한 21경기 무패 기록(1997년 5월 10일∼9월 27일)을 갈아치웠다. '기록전쟁'은 전남에서 시작돼, 전남에서 끝났다. 전북은 8개월 만에 다시 만난 전남에게 또다시 패했다. 광양은 '전북의 무덤'이 됐다.
살인적 스케줄로 인한 체력 저하와 함께 수비라인이 흔들렸다. 일주일에 3경기를 소화하는 살인 일정속에 피로감이 누적됐다. 오른쪽 풀백 최철순의 부상은 뼈아팠다. 수비라인의 연쇄이동이 이뤄졌다. 최철순이 빠진 후 센터백 김기희가 오른쪽으로 옮겼다. 중앙에서 김형일과 조성환이 발을 맞췄지만 조직력이 무너졌다. 측면의 이주용과 김기희는 오르샤, 안용우로 무장한 전남의 빠른 역습에 속수무책 뚫렸다. 가시와전에 이어 위험천만한 장면을 수차례 노출했다.
최근 전북의 경기력 난조는 '신기록' 부담에 기인한 바도 크다.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최강희 전북 감독이 "오히려 홀가분해졌다"고 말한 이유다. 기록에 대한 심리적 압박은 경기력에 독으로 작용했다. 최 감독은 "신기록에 연연하다보면 우리 플레이를 못하는 경우가 있다. 골을 안 먹으려고 하고, 소극적인 플레이를 하게 된다. 부담감 때문에 경기력은 오히려 떨어질 수 있다"고 했다.
전남은 '어떻게' 1강 전북을 이겼나
전남이 전북에 2연승하고 무패 기록까지 끊어내면서 '전북 공략법을 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승리의 비결을 묻는 질문에 노상래 전남 감독은 말을 아꼈다. "아는 내용이 있는데 깊숙한 것은 우리만 알고 있겠다"며 미소지었다. 승자의 여유였다. 비법은 체력 고갈을 노린 역습 한방과 강력하고 끈질긴 압박이었다. 전북을 철저히 분석했다. 노 감독은 "분명 체력적 부담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중앙 미드필드 지역에서 볼을 잡았을 때 강한 압박을 주문했다. 측면의 최효진과 이슬찬이 레오나르도, 에닝요를 막아내는 역할을 잘 해줬다"고 평가했다. 3경기 연속골을 기록중인 레오나르도를 '베테랑' 최효진이 묶었다. 전남유스 출신 젊은 수비수 이슬찬은 올 시즌 첫 선발에서 끈질기게 에닝요를 붙들어맸다. 결정적인 슈팅 장면 뒤엔 '든든한 최후방' 김병지의 슈퍼세이브가 있었다
이날 전남의 역습은 올 시즌 8경기를 통틀어 가장 날카로웠다. 안용우, 오르샤를 앞세워 전북의 측면을 맹렬히 공략했다. 측면 수비의 약점을 간파했다. 초반부터 안용우, 이창민 등 어린 선수들이 맹렬한 스피드로 측면을 몰아붙였다. '도전자' 전남의 심리적, 정신적인 패기도 크게 작용했다. 이날 2골을 몰아친 '1994년생 미드필더' 이창민은 경기후 인터뷰에서 '이종호의 부상'을 언급했다. 전남 공격의 핵, '광양루니' 이종호가 전반 16분 무릎을 부여잡고 쓰러졌다. 이종호 대신 투입된 오르샤가 지친 전북의 측면 수비진을 허물며 선제골을 이끌었다. 이창민은 "종호형이 부상으로 나가면서 위기의식이 들었다. 종호형과 함께 전북전을 정말 열심히 준비했는데 형 몫까지 하고 싶었다. 위기속에 똘똘 뭉친 것이 더 큰 힘이 됐다"고 했다. "전북이 강팀이기 때문에 준비하는 마음은 컸지만 주눅 드는 것은 없었다. 전북은 작년에도 우리에게 졌다. 이번에도 왠지 우리가 기록을 깰 것같은 묘한 기분이 들었다"며 웃었다.
광양=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