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단독]미성년 고교축구 선수까지 불법 스포츠 도박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5-04-21 06:32



잠잠하면 터지는 것이 축구 선수의 불법 스포츠 도박이다.

지난해에도 K리그 챌린지(2부 리그) 선수들이 불법 사이트에 접속하여 베팅을 하다 적발돼 중징계를 받았다. 여전히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는 만연하다. 음성적으로 베팅을 하고 있다는 소문도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런데 그 도를 넘어섰다. 미성년인 고교축구 선수들까지 유혹에 빠져 불법 스포츠 도박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K리그 산하 클럽이자 고교축구 최강인 포항제철고에서 일어난 일이라 더 충격적이다. 프로구단에서 더 모범적으로 관리해야 할 선수들이 불법 스포츠 도박에 노출됐다. 포항제철고는 포항 스틸러스가 관리하는 U-18(18세 이하) 클럽이다. K리그 산하 클럽은 체육진흥투표사업의 지원을 받는다. 지난해에는 구단당 약 6억원의 분배금이 돌아갔다.

선수, 코칭스태프, 임직원 등 프로스포츠 경기단체 구성원은 불법 베팅 사이트는 물론이고 체육진흥투표권 등 모든 스포츠 베팅 행위에 관여를 일절 금지하고 있다. 미성년인 고교선수는 두말할 것도 없다. 만 19세 미만 미성년자는 불법 스포츠 도박은 물론 합법 체육진흥투표권도 이용할 수 없다.

스포츠조선은 20일 포항제철고 축구부 감독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문건을 입수했다. A4용지 3장 분량의 첫 장에는 '축구부 학생들의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 이용 실태'가 적혀 있었다.

포항제철고에선 2013년 9월에 이어 지난해 4월 일부 선수들이 불법 스포츠 사이트를 이용한 것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3년에는 코칭스태프가 쉬쉬하며 해당 선수들에게 '두발 삭발' 징계에 그쳤다고 한다. L감독이 '조용히 넘어가자'는 쪽으로 마무리했다는 것이다. 미온적인 대응은 또 다른 화를 낳았다. 불법 스포츠 도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지난해에도 2013년 발각된 선수를 포함해 또 다시 몇몇 선수들이 불법 스포츠 도박을 한 것이 확인됐다고 한다. 문건에 따르면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2년 동안 꾸준히 불법 스포츠 도박을 한 사실이 확인됐다. 심지어 축구부 학생 3명은 매우 심각한 도박 중독 상태로 하루에도 수차례에 걸쳐 수십만원을 불법 스포츠 도박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한다. 지난해의 경우 구단 수뇌부에도 보고가 됐다.

하지만 '솜방망이 징계'에 그쳤다. 관리 감독을 해야 할 L감독은 경고장 발부와 함께 연봉 10% 삭감 징계를 받는 것으로 매듭지었다. 해당 선수들에게는 장래를 고려해 엄중 경고와 서약서를 받는 것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포항 구단도 일부 고교선수들의 불법 스포츠 사이트 접속과 이용, 징계가 사실이라고 시인했다.

그러나 과연 이런 식으로 무마하는 것이 정답인지는 의문이다. 미성년 선수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어른들에게는 더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구단과 학교 또한 자유로울 수 없다. 불법이 있다면 싹을 잘라야 한다. 그래야 제2, 제3의 불법 스포츠 도박을 방지할 수 있다.


학원 축구는 한국 축구의 근간이다. 이들이 무너지면 미래는 없다. 포항제철고는 풀뿌리 축구의 교과서로 통할 정도로 선망의 클럽이다. 그러나 포항제철고가 이 정도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대한축구협회와 프로축구연맹도 불법 스포츠 도박을 근절하기 위한 예방과 단속을 지속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적발될 경우에는 강력한 처벌로 엄단해야 한다. 구단 자체적으로 쉬쉬할 경우 더 큰 징계로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

한편, 포항남부경찰서는 포항제철고 축구부의 공금 횡령 배임에 대해서도 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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