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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리포트]가슴졸였던 전북 해결사 이동국이 살렸다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5-04-15 20:58



전북 이동국이 마침내 올 시즌 첫골을 터뜨렸다.

15일 부산아시아드경기장에서 펼쳐진 2015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6라운드 부산과의 경기에서다.

이동국의 이날 첫골은 대기록을 향해 달리다가 수렁에 빠질 뻔한 팀을 구한 동앗줄이기도 했다. 해결사의 진수를 보여준 골이기도 한 것이다.

이동국의 동점골에 레오나르도의 역전골을 엮어 2대1로 승리한 전북은 승점 16(5승1무)으로 1위를 고수했고 무패행진도 '21(16승5무)'로 늘리면서 K리그 역사상 최다 연속 무패 신기록에 1경기로 다가섰다.

'전진하고 싶은 자'와 '저지하고 싶은 자'의 대결이었다. 부산과 전북은 철저하게 동상이몽이었다.

전북은 대기록을 바라보면 전진하고 싶었다. 작년 시즌부터 이어온 무패행진이 20경기(15승5무)에 달했다. 이날 21경기로 늘리면 K리그 역사상 최다연속 무패 기록 타이를 이루게 된다.

부산은 어떻게든 저지해야 했다. 남의 집 기록 도전을 의식할 여유도 없었다. 당장 '목구멍이 포도청'이다. 시즌 초반 1승1무로 선전하는가 싶더니 3연패에 빠졌다. 전북이라는 강팀을 상대로 승점을 건지면 부수효과도 배가된다. 여기에 구단의 자존심도 걸려있다. 부산은 대우 시절인 1991년 21경기 무패(13승8무) 기록을 달성해 전남(1997년·11승10무)과 함께 공동 기록을 보유한 팀이다. 공교롭게도 전북이 이날 대기록 보유팀인 부산을 제물로 새로운 역사의 발판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전북 최강희 감독은 기록을 의식했다. "사실 이전에는 크게 의식하지 않았는데 광주전이 끝난 뒤 선수들에게 기록 얘기를 했다. 이럴 때일수록 부담갖지 말고 우리 플레이를 하자. 대신 욕심을 가져보자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 감독은 지난 시즌 무실점 8연승에 이어 수원전을 치를 때 간신히 2대1로 역전승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선수들이 기록을 너무 의식했는데 전반부터 공격을 못하더라. 볼 점유율이 20대80으로 밀릴 정도여서 깜짝 놀랐다"면서 "선제골을 내준 뒤 정신이 번쩍 들었는지 뒤집었으니 다행이지 이번에는 그런 전철을 밟지 않겠다"며 시작부터 몰아붙이겠다고 예고했다.


이에 부산 윤성효 감독은 "과거 대우 시절 대기록 얘기는 하지 말자. 전북의 기록 도전이고 뭐고 부담스러운 건 없다. 전북이 강팀이지만 기록도 깨지는 날이 있지 않은가. 이변을 일으키겠다"며 담담했다.

예상대로 전북의 공세로 시작됐다. 에두를 최전방에 4-2-3-1 포메이션을 들고 나온 전북은 초반부터 공격본능을 드러냈다. 부산은 3-4-3 진용으로 선 수비 역습을 노렸다. 하지만 전북의 공세는 오래 가지 않았다. 뭔가에 홀린 듯 최강 1위의 위력이 실종됐다. 부산이 전북전 대비를 철저히 한 게 확연히 드러날 정도로 전반 15분 이후 양상이 뒤집혔다. 특히 역습을 노릴 때 미드필더에서 순식간에 전개되는 장면이 잘 짜여진 시나리오같았다. 여러차례 부산의 긴패스 역습이 문전을 위협하자 전북은 스스로 위축됐고 부산은 다시 기가 살았다. 패스 게임을 통한 찬스 만들기 등 전북의 특징인 공격축구는 되레 부산의 몫이었다. 당황한 전북 선수들은 기싸움에서도 밀렸다. 김기희가 경고를 받는 등 거친 파울과 몸싸움으로 조급한 모습이었다. 이런 조급증은 결국 실점으로 이어졌다. 후반 5분 전북 수비수 이규로가 왼쪽 돌파를 노리던 홍동현을 거친 태클로 저지한 게 화근이었다. 프리킥을 얻은 부산 주세종이 허리 높이로 강하게 감아찼고, 이규로를 따돌리고 쇄도하던 박용지의 왼발에 방향이 틀어지며 골망을 흔들었다.

전북 최 감독은 즉시 이동국과 레오나르도를 투입하며 맞붙 작전에 들어갔다. 한동안 전북은 부산의 파상공세에 결정적인 찬스를 연거푸 허용하며 우왕좌왕했다. 슬슬 해결사가 등장할 때다. 이럴 때 화려하게 등장한 이가 이동국이었다. 교체 투입되자마자 슈팅을 적극 가담하며 상대 수비에 불안감을 안긴 이동국이 마침내 결정타를 날린 것은 후반 32분. 에두가 수비수 2명 사이로 절묘하게 파고든 뒤 크로스한 공을 문전 왼쪽으로 쇄도하다가 가볍게 밀어넣었다. 올 시즌 처음으로 터뜨린 골이 위기에 빠진 팀까지 구한 것이다. 이동국의 동점골은 전북이 정신차리는데 '보약'이 되기도 했다. 결국 후반 41분 레오나르도의 프리킥 역전골로 이어졌다. 최 감독이 던진 '신의 한수' 교체카드는 적중했고 대기록도 행진도 그렇게 이어졌다.

부산은 경기내용에서 전북에 전혀 밀리지 않았지만 그동안 문제점으로 지적돼왔던 후반 집중력 부족이 아쉬웠다.
부산=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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