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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일 만에 K리그로 돌아온 박주영(30·서울)이 2562일 만에 득점포를 재가동했다.
서울은 7일 웨스턴 시드니(호주)와 원정경기(1대1 무)를 치렀다. 8일 호주에서 귀국했고, 9일 재충전을 선택했다. 살인적인 일정 속에 최용수 서울 감독은 선수단 전체에 하루 휴가를 줬다. 10일과 11일 인천전을 준비했고 '박주영 선발 카드'를 꺼내들었다. 최 감독은 "주영이가 안정감을 찾고 있다. 훈련과 경기는 또 다르다. 경기를 통해 감각을 끌어올려야 한다. 지난 주 몸상태가 70%라고 했는데 5%를 끌어올려 75% 수준"이라며 "공격포인트는 마음 같아서는 오늘이었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현실이 됐다. 박주영의 첫 골이 터지면서 서울은 2연승을 꿈꿨다. 그러나 후반 4분 인천의 김인성에게 동점골을 허용했다. 후반 21분 인천의 조수철이 경고 2회로 퇴장당하면서 수적 우세를 점했지만 1대1로 비기며 아쉬움을 삼켰다. 다만 박주영의 복귀골은 더 큰 미래를 위한 투자였다. 박주영의 첫 풀타임 출격도 청신호였다.
동료들의 양보가 만든 복귀골
동료들의 배려가 눈에 띄었다. 서울의 페널티 키커는 김진규와 몰리나 그리고 박주영이다. 김진규가 먼저 양보했다. 몰리나도 박주영과 잠시 얘기한 뒤 페널티박스를 떠났다. 그 또한 박주영이 복귀골을 통해 새로운 전환점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박주영은 주저하지 않았다. 그의 발을 떠난 볼은 인천 유 현의 손을 맞고 골문안으로 빨려들어갔다. 유 현을 스치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지만 그는 골이 들어갈 것을 믿었다. 박주영은 고개를 숙였다. "피곤했지만 선수들이 최선 다했다. 동료들에게 고맙다. 배려 속에 처음으로 풀타임을 뛸 수 있었다"며 말문을 연 그는 "골을 넣어 기분은 좋다. 모두가 만들어 준 골이다. 내가 넣었다기 보다 팀이 넣은 골"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선수들이 자신감을 갖도록 페널티킥을 차게 배려해줬다. 고맙게 생각한다. 손에는 걸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페널티킥은 키커에게 유리하다. 큰 부담보다는 넣어야겠단 생각이 강했다"고 설명했다. 박주영이 골을 터트리자 그라운드의 동료들이 모두 달려가 축하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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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효슈팅 0, 여전히 적응 중
숙제는 여전히 있었다. 박주영은 페널티킥 골을 제외하고 제주전에 이어 인천전에서도 슈팅이 없었다. 물론 그의 이름 석자는 여전히 컸다. 인천전에서도 수비형 미드필더 김진환과 중앙수비수 김대중, 요니치를 삼켰다. 박주영이 포진한 곳에는 이들이 에워쌌다. 김도훈 인천 감독은 "박주영은 공간을 만들어 나가는 침투 움직임이 좋다. 그래서 미리 반응을 할 것을 주문했다. 그러면서 세컨드 볼에 대한 집중력을 키웠다. 서울의 날카로운 패스가 잘 연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박주영을 막는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유효슈팅 0'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최용수 감독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주영이가 지금 몸상태가 완벽하지 않다. 찬스가 왔을 때 해결해 줄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심적으로 편안하게 좌우 공간을 빠져나가면서 동료들을 연계한 플레이를 펼치라고 했다. 오늘보다 다음 경기가 더 좋아질 것이다."
박주영은 조급해 하지 않았다. 그는 "감독님과 선수들의 배려로 90분을 뛰었다. 뛰다보면 좋아질 것으로 생각한다. 앞으로 좋은 모습 보일 수 있을 것"이라며 "어떤 문제라기보다는 지금은 맞춰가야 하는 시간이다. 난 개인적으로 슈팅을 남발하는 선수가 아니다. 좋은 찬스가 있으면 슈팅하겠지만 무리하게 슈팅할 생각은 없다"고 덧붙였다.
박주영을 향해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고 있다. K리그에서 복귀골을 터트린 박주영은 전성기 때의 그 날을 향해 한 계단, 한 계단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인천=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