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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님은 왜]절친 선후배 윤정환-남기일 맞대결 '선배 벽도 높았다'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5-04-06 07:01


울산 윤정환 감독.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K리그 클래식에서 같한 인연을 가진 두 감독이 만났다. 5일 울산월드컵경기장에서 2015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4라운드로 격돌한 울산 윤정환 감독(42)과 광주 남기일 감독(41)이다.

광주 북성중-금호고 학창시절은 물론 옛 부천 SK(현 제주) 프로팀까지 한솥밥을 먹었다. 그라운드 밖에서 둘도 없는 형-동생이지만 냉혹한 승부의 그라운드는 피할 수 없었다. 올 시즌 광주가 클래식으로 승격하면서 성사된 진검승부였다.

공교롭게도 양 팀은 시즌 초반 '잘나가는' 상황에서 만났다. 골득실에서 울산이 약간 앞섰다 뿐이지 2승1무로 성적으로는 '도긴개긴'이었다. 이유는 다르지만 각자 절박한 것도 마찬가지. 울산은 전날 전북과 수원이 각각 1승을 챙기는 바람에 선두 자리를 잠깐 내준 상태였고, 광주는 역대 울산전 1무4패로 한 번도 못 이겼다. 이번에 강호 울산까지 잡으면 광주발 '돌풍'을 '태풍'으로 바꿀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경기 시작 전 두 감독은 다른 플레이를 예고했다. 윤 감독은 김신욱-양동현의 '트윈타워'를 강조했고, 남 감독은 개인이 아닌 팀으로 승부한다고 했다. 결국 "한 수 가르쳐주겠다"던 선배 윤 감독이 웃었다. 울산은 이날 광주와의 4라운드 경기서 장신 공격수 김신욱의 활약에 힘입어 2대0으로 완승했다. 개막전 이후 무패행진(3승1무)를 이어간 울산은 골득실(울산 +6, 전북 +4)에서 전북을 따돌리고 1위를 탈환했다.

윤정환 감독 '플랜 B'가 통했다

윤 감독은 경기 시작 전 남 감독과의 선수 시절 추억을 떠올리며 "'방졸'로 나를 잘 따라다녔던 후배다. 감독됐다고 선배를 앞지르려고 하면 안되지"라고 말했다. 남 감독이 광주를 조직력 탄탄한 팀으로 잘 만들었다고 칭찬하며 던진 농담이다. 선배로서 한 수 가르쳐주겠다는 뜻이기도 했다. 윤 감독은 이날 '플랜 B'를 가동했다. A대표팀에 차출됐다가 부상을 안고 돌아온 정동호와 퇴장 징계를 받은 김태환이 빠진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다. 4-4-2 포메이션에 김신욱(1m96)-양동현(1m86) 장신 투톱을 선발로, 정동호의 빈자리를 이명재에게 맡겼다. 두 가지 카드 모두 올 시즌 첫 시도였지만 완벽하게 성공했다. 우선 장신 투톱의 효과가 돋보였다. 상대 수비가 흔들렸다. 윤 감독은 "높이가 좋은 두 선수가 포진하자 상대 수비진에서 교란되는 모습이 보였다. 가운데만 지키는 게 아니라 사이드로 빠지는 플레이도 주문했는데 이럴 때 상대 수비가 더 흔들리는 것을 노렸다"고 말했다. 이처럼 윤 감독은 높이의 장점을 이용한 축구에만 의존하지 않았다. 완급 조절을 적절하게 가동했다. 대표적인 장면이 전반 15분 선제골이다. 광주 수비수 정준연의 발을 맞고 들어간 자책골이지만 울산의 빠른 패스 전개가 돋보였다. 수비 진영 이재성-필드 진영 임창우-앞선 김신욱으로 이어지는 간결한 패스가 골로 매조지됐다. 중앙에 있던 김신욱이 수비수를 달고 오른쪽 사이드로 재빠르게 돌아나갔고, 그 사이 중앙을 대시하던 양동현을 향해 강하게 올린 크로스가 정준연의 발에 맞고 굴절됐다. 김신욱은 "경기 전에 양동현 선배와 얘기를 통해 사이드로 자주 빠지면서 수비를 교란시키기로 한데 따른 약속된 플레이였다"고 말했다. 감독의 의중을 제대로 읽은 것이다. 후반 8분 김신욱의 추가골은 특유의 높이를 이용한 작품이다. 오버래핑으로 쇄도한 이명재가 올린 크로스를 김신욱이 머리로 정확하게 마무리했다. 광주 수비는 양동현까지 커버하느라 김신욱을 놓칠 수밖에 없었다. 올 시즌 처음, 개인 통산 K리그 3번째 출전인 이명재는 윤 감독으로부터 "큰 기대는 안 한다. 자기의 능력 만큼만 해주면 된다"는 얘기를 듣고 출전했다가 귀중한 도움까지 기록했다. 이탈 선수 때문에 근심 많았던 윤 감독은 결국 "김신욱-양동현 투톱 성공적이다. 이명재도 정동호와 치열하게 경쟁하게 생겼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광주 남기일 감독.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남기일 감독 '실수'에 막혔다

남 감독은 울산의 김신욱-양동현 고공 투톱을 예상했다. 그래서 내세운 비책이 광주 특유의 조직력이었다. 남 감독은 "광주는 챌린지에서부터 개인이 아니라 팀이 하는 축구를 구사한다"고 했다. SK 시절 명장 니폼니시 감독 밑에서 선배 윤 감독과 함께 배웠던 시절을 떠올리면서는 '니포축구(니폼니시 스타일에 따라 패스와 조직력을 중심으로 하는 세밀한 축구)'에 더 근접한 쪽은 자신이라고도 말했다. 윤 감독의 울산은 "(장신을 활용한 긴 패스 위주의)큰 축구를 한다"고 표현했다. 장신 투톱뿐만 아니라 따르따, 제파로프 등 막강 공격진이 포진한 울산 앞선을 깰 비책도 준비했다. 수비를 많이 하도록 만들겠다는 것. 광주의 장점인 패스 게임을 통해 상대의 힘을 빼놓으면 공격 위력도 약화될 것을 노렸다. 하지만 남 감독의 바람대로 공을 많이 소유했지만 그라운드 현실이 따라주지 않았다. 광주는 이날 볼 점유율에서 전반 55%대45%, 후반 62%대38%로 우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패스에서의 실수가 많았다. 패스 횟수는 많지만 상대 진영으로 넘어가서는 번번이 걸리는 등 영양가가 없었다. 전반 초반에는 김신욱-양동현을 의식하느라 수비라인이 흐트러지는 경우도 잦았다. 후반 들어 패스 게임이 더 활발해지는 듯 했다. 하지만 선수들은 짧은 패스에 너무 의존했다. 때로는 긴 패스나 킥으로 빈공간을 노려야 하는데 잦은 패스가 오히려 상대 수비가 정비하는 시간을 벌어 준 셈이 됐다. 남 감독은 "실수와 미숙한 부분이 많았던 게 아쉽다. 하지만 경기력은 나쁘지 않았다. 클래식에서 안착을 바라는 광주 입장에서 우승을 노리는 울산과 이 정도 경기를 한 것으로도 다음 경기에 큰 데미지는 없을 것"이라며 희망을 찾았다.
울산=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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