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두현(33·성남)과 염기훈(32·수원). 불과 세 달 전까지만 해도 수원에서 같은 길을 걷던 베테랑이다.
경기 전까지만 해도 스포트라이트는 김두현 쪽에 더 쏠렸다. 김두현의 운명에 빗댄 '김두현 더비'라는 말까지 나왔다. "(경기장에 나설 때) 착잡한 심정이었을 것이다. 본의 아니게 이적을 했던 선수다." 서정원 수원 감독은 솔직하게 근심을 털어놓았다. 그러면서도 "우리 선수들도 김두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상대하기는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김학범 성남 감독은 느긋했다. "김두현 같은 선수에겐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된다. 본인이 어떻게 해야 할 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라운드의 주인공은 김두현이 아니었다. 김두현은 자취를 감췄다. 이날 컨디션 난조로 결장한 김은선 대신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선 오범석의 마크에서 답을 찾지 못했다. 좀처럼 볼을 잡지 못했다. 후반 중반에 종아리에 경련이 일어나면서 결국 후반 25분 정선호에게 바통을 넘겼다.
90분이 지난 뒤 양팀 사령탑의 표정은 정반대였다. 서 감독은 "성남의 중원이 단단해 측면을 노렸다. 염기훈의 기량이라면 충분히 찬스를 만들 것으로 내다봤다"며 "나이가 들어가면서 주장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다. 훈련장에서도 매일 쉬는 법이 없다. 성남전을 앞두고도 저녁에 몸을 만들었다. 오늘 프리킥 골도 계속 연습해오던 부분이다. '저렇게 연습을 하는데 안들어갈까' 싶더라. 노력한 부분이 그대로 나타났다. 좋은 본보기가 되어주고 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반면 김 감독은 잔뜩 굳은 얼굴로 "김두현 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경기 흐름을 극복해내지 못했다. 좀 더 강한 팀이 되기 위해 단단해져야 한다는 부분을 심어줘야 할 필요가 있을 듯 하다"고 입맛을 다셨다.
성남=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