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남의 히든카드는 황의조(23)였다.
후반 22분 득점은 더 극적이었다. 성남의 코너킥이 상대 수비수에 막혀 흘러갔고, 재차 페널티에어리어 왼쪽으로 연결된 패스를 김태윤이 머리로 떨궈주자 뒷공간을 파고들던 황의조가 페너리에어리어 왼쪽에서 받았다. 김태윤은 감바 오사카 수비수 니와 다이키를 가볍게 제치고 감각적인 오른발 감아차기로 골망을 갈랐다. 성남 벤치가 모두 일어나 환호하며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2015년은 황의조에게 새로운 도전이었다. 2013년 성남에 입단, 2시즌 간 50경기를 뛰면서 6골-1도움에 그쳤다. 체격과 기량은 나무랄 여지가 없었다. 그러나 실전에선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지난해 막판 성남 지휘봉을 잡은 김학범 성남 감독은 브라질 출신 공격수 히카르도와 김동섭을 중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황의조는 지난달 24일 부리람(태국)과의 F조 1차전 원정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됐다. 선발 자리는 히카르도-김동섭의 몫이었다. 위기가 곧 기회였다. 부리람에 0-2로 끌려가자 김 감독은 김동섭 대신 황의조를 투입하며 변화를 줬다. 효과는 곧바로 드러났다. 황의조는 활발한 몸놀림으로 성남 공격진을 이끌며 추격의 불씨를 당겼다. 결국 후반 42분 측면 돌파에 이은 크로스로 상대 자책골을 이끌어냈다. 1주일 만에 다시 나선 감바 오사카전에서도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치며 ACL 첫승의 기쁨을 맛봤다.
김 감독은 "부리람전에서는 황의조를 전략적으로 후반에 투입했다. 최근 몸이 좋았다. 선발로 내보냈는데 페널티킥 찬스를 얻어내고 쐐기골까지 터뜨렸다. 만족스러운 활약을 펼쳤다"고 밝혔다. 이어 "황의조가 굉장히 많이 바뀌었다. 지난 시즌엔 체력적으로 문제가 있었다"며 "동계 훈련을 거치며 많이 나아진 모습을 보였다. 앞으로 경기를 치르면서도 더 나아진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오는 7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디펜딩챔피언' 전북과 2015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개막전을 치러야 하는 김 감독이 선발라인업을 짜기 위해 행복한 고민을 하게 됐다.
성남=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