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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미남' 임상협이 전한 '군대' 그리고 축구 이야기

하성룡 기자

기사입력 2015-02-10 16:45 | 최종수정 2015-02-11 07:20


상주 상무의 남해 전지훈련에서 훈련을 마친 임상협. 남해=하성룡 기자

K리그 대표 '꽃미남 공격수' 임상협(상주)의 2014년은 화려했다. 2009년 프로에 데뷔한 이후 한시즌 최다골(11골-2도움)을 기록했다. 부산 소속으로 2014년 K리그 클래식 베스트 11의 영예도 안았다. 2015년, 그는 새로운 세계를 만났다. 클래식에서 챌린지로 무대를 옮겼다. 지난해 12월 상주 상무에 입대해 5주간의 기초군사훈련을 마쳤다. 훈련소 생활, 부대 밖 생활 등 모든 게 새로웠다. 아침, 저녁 두 차례 점호도 그에게는 '신세계'였다. 1월 23일부터 상주의 남해 전지훈련에 합류한 그를 지난 7일 만났다. 할 얘기가 많았나보다. '군대 얘기'가 끊이지 않았다. 부산 시절 후배였던 '아시안컵 스타' 이정협(상주)을 선임이자, 룸메이트로 모시게(?) 됐단다. 그러나 올 시즌 각오와 대표팀에 대한 꿈을 얘기할 때는 웃음 대신 진지함이 가득했다.

인생을 배운 훈련소 5주

20년 가까이 합숙생활을 한 그에게도 훈련소 훈련은 힘들었다. "먼저 훈련소 다녀온 동료들이 정말 힘들다고 했다. '다들 하는데 내가 왜 못하겠냐'고 생각하고 훈련소에 갔는데 왜 그런말을 하는지 알게 됐다." 가장 힘들었던 점은 추위, 기억에 남는 건 편지였다. 그는 "훈련소 감기 바이러스는 정말 독하다. 2주가 됐는데 감기가 낫질 않는다"고 했다. 이어 "두 달간 축구를 하지 않고 감기까지 걸리니 현재 '일반인 몸상태'가 됐다"며 웃음을 보였다. 고된 훈련소 생활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편지'였다. K리그의 대표 '꽃미남'의 인기는 여전했다. 그는 "팬들이 편지를 정말 많이 써줬다. 5주 동안 300여통의 편지를 받았다. 어린 훈련소 동기생들이 부러워하던 눈빛이 생각난다(웃음)"면서 "팬들에 대한 고마움을 다시 느끼게 되는 계기가 됐다. 그래서 팬들에게 쓰는 편지를 구단(부산)에 보냈다. 편지에 '팬들 덕분에 부산이 잔류하고 베스트 11 상도 받을 수 있었다'고 썼다"고 했다. 어머니의 편지는 '감동'이었다. 그는 "어머니께 처음으로 편지를 받았다. 훈련소 동기들이 부모님한테 편지 받고 다 울더라. '왜 울지?'라고 생각하며 어머니 편지를 본 순간 눈물이 쏟아졌다. 불침번을 설 때마다 몰래 편지를 읽어보며 계속 울었다"고 했다. 반면 군대 간식의 상징인 초코파이 얘기가 나오자 웃음이 터져나왔다. "사회 생활을 할 때는 초코파이를 한 번도 먹어보지도, 쳐다보지도 않았다. 정말 맛있었다. 교회에서 초코파이 2개 받아, 한개를 숨겨 놓고 먹었던 맛을 잊지 못한다." 상주 동기들의 존재도 큰 힘이었다. "훈련소 첫날 불침번을 섰는데 옆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이 용, 박진포가 불침번을 서고 있어서 서로 보면서 웃었다. 축구보다 힘들었던 훈련소 생활이었지만, 사소한 것에서 '소중함'을 많이 알게된 좋은 경험이었다."


상주의 공격수 임상협. 남해=하성룡 기자
후배에서 선임이 된 '이정협'

2013년 이정협이 부산에 입단할 당시 임상협은 부산을 대표하는 공격수였다. 프로 4년차 선배에게 '신인' 이정협은 까마득한 후배였다. 그러나 첫인상이 강해 임상협은 이정협과의 첫 만남을 기억하고 있었다. 임상협은 "이정협을 처음 봤을 때 이동국 선배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워낙 공격수로 자질이 좋았다. 키도 큰데 많이 뛰고 슈팅과 스피드가 좋았다"고 기억했다. 이정협의 2015년 호주아시안컵 활약상은 훈련소에서 '국방일보'를 통해 봤다. 훈련소에서 퇴소한 이후 이라크와의 4강전, 호주와의 결승전은 남해 전지훈련지에서 직접 지켜봤다. 그는 후배의 성장에 엄지를 치켜세웠다. "정말 열심히 뛰더라. 결승에 출전한 것도 대단하다. 정협이가 잘하는 모습을 보니 좋았다. 그동안 경험이 없어서 경기에서 체력 소모가 심했는데 아시안컵을 통해 경험을 쌓아 좋은 선수가 될 것이다." 그러나 운명이 얄궂다. 부산의 후배 이정협이 '상병'으로 '이병' 임상협의 선임이 됐다. 게다가 경북 문경 국군체육부대에서 둘은 '룸메이트'로 배정을 받았다. 임상협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하고 있었다. "내가 후임이라 빨래를 해야 한다. (정협이가) 선임이니깐 시키는대로 잘 할 것이다. 하지만 정협이가 워낙 착하고 성실하고, 선배들에게 잘하는 후배니깐, 잘 해줄 것이라 믿는다."


남해=하성룡 기자
15골 그리고 대표팀

올시즌 목표는 15골이다. 하부리그인 챌린지가 무대지만 2014년 K리크 클래식 베스트 11의 자존심을 앞세워 더 높은 곳을 겨냥하기로 했다. 그는 "경기대장님과 15골을 넣기로 약속했다. 못 넣으면 벌칙이 있을 수 있다기에 '무조건 넣겠다'고 했다"며 웃음을 보였다. 이어 "상주의 멤버가 상당히 좋다. 챌린지를 우습게 보면 안된다. 자만하다가 큰 코를 다칠 것이다. 그래도 챌린지 우승을 하고 승격을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올시즌이 그에게는 더욱 중요하다. 이정협의 활약으로 부쩍 관심이 높아진 K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보이면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의 눈도장을 찍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른 시즌과 달리 더욱 개인 성적에도 욕심을 내고 있다. "지난 시즌 후반부터 최전방 공격수로 뛰었다. 대표팀에 원톱 자원이 많이 부족하다고 하니, 열심히 하면 기회가 생길 수 있을 것 같다. 어디든 뛰게 해주시는 포지션을 소화하겠지만 최전방으로 뛰고 싶은 욕심이 있다." 박항서 상주 감독 역시 임상협의 포지션을 고정하지 않고 있다. 동계훈련을 통해 포지션이 정해질 예정이다. 임상협은 "(이)근호 형이 상주 입대를 추천해줬다. 근호형도 상주에서 한단계 도약했다. 정협이도 상주에서 대표팀에 발탁됐다. 상주에 좋은 기운이 있는 것 같다. 이번에는 내가 그 기운을 받았으면 좋겠다"며 대표팀의 꿈을 키웠다.
남해=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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