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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교원이 밝힌 준우승 비결은 '중국 도발'

이건 기자

기사입력 2015-02-03 16:49


말띠 한교원이 말동상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사진제공=전북현대

행복했다. 축구 인생 최고의 나날들이었다. 2015년 호주아시안컵이라는 큰 무대를 경험했다. 준우승의 영광도 누렸다. 하지만 이제는 과거일 뿐이다. 생존 경쟁이 기다리고 있다.

한교원(25·전북)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만났다. 아시안컵이 끝나자마자 전북의 동계훈련지로 날아왔다.

아시안컵은 새로운 경험이었다. 오만과의 조별리그 1차전에 나섰다. 호주와의 3차전, 이라크와의 4강전에도 출전해 제 몫을 다했다. 호주와의 결승전에서는 출전하지 못했다. 출전 여부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런 경기는 평생 잊지 못한다"고 했다.

한국은 호주와 연장접전을 펼쳤다. 전반 45분 마시모 루옹고에게 골을 내주었다. 후반 추가시간까지 0-1로 끌려갔다. 기적이 일어났다. 손흥민이 극적인 동점골을 쐈다. 한교원은 "그 골을 보면서 '이런 경기도 있을 수 있구나'라고 생각했다. 너무 기분이 좋았다"고 회상했다. 연장 전반 종료 직전 제임스 트로이시에게 결승골을 내주었다. 1대2로 졌다. "우리가 동점골을 넣었을 때 분위기는 우리 쪽으로 온다고 생각했다. 55년만에 새로운 역사를 쓸 것이라 기대했는데 너무 아쉬웠다"고 했다.

슈틸리케호는 아시안컵 초반 경기력이 좋지 않았다. 비판도 많았다. 조별리그에서 오만, 쿠웨이트, 호주에 각각 1대0으로 승리했다. 이청용 구자철의 부상, 주전 선수들의 줄감기 등에 발목이 잡혔다. 천신만고 끝에 결승에 올랐다. 결승에서 선전했다. 국민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한교원은 "결승까지 가는 길은 험난했다. 대회 초반 경기력 부진으로 다들 마음고생이 심했다. 그런데 중국이 한국 선수들의 투지에 기름을 부었다"고 했다. 중국의 알랭 페렝 감독은 우즈베키스탄과의 B조 2차전이 끝나고 "8강에서 호주보다는 한국을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당시 2승을 거둔 중국은 3차전 결과와 관계없이 B조 1위를 확정했다. 8강 상대는 호주 아니면 한국이었다. 한교원은 "선수들 모두 자존심이 상했다. 중국한테까지 그런 소리를 듣는 것에 화가 났다. 아시아 축구 강국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 그래서 뭉쳤고 준우승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새로운 롤모델도 만났다. 차두리(35·서울)였다. 차두리는 아시안컵을 끝으로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은퇴무대에서 아시안컵 우승에 도전했다. 결승전에서 모든 힘까지 다 짜냈다. 패배했지만 활짝 웃었다. 팬들은 '차두리 고마워'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한교원은 차두리가 후배들을 위해 희생하는 것을 보고 감탄했다. "(차)두리형이 후배들을 위해 희생한 부분이 너무나 멋있었다. 고참이 돼서 후배들에게 귀감이 된다는 것 자체가 힘든 것이다. 정말 대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두리형을 위해 우승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러지 못해 너무 아쉽다"고 덧붙였다.

한교원은 호주에서 바로 두바이로 날아왔다. 호주에서의 즐거웠던 기억은 지웠다. 한교원 앞에는 A대표팀보다 더한 주전 경쟁이 기다리고 있다. 에닝요와 에두가 합류했다. 유창현도 포지션 경쟁자다. 레오나르도도 건재하다. 다들 만만치않은 상대들이다. 한교원은 "아시안컵 결승전이 끝나자마자 전북 주전경쟁 생각이 들더라. 두바이로 향하는 내내 안절부절했다. 작년보다 더욱 경쟁이 치열하다. 허투루 했다가는 바로 벤치행"이라고 걱정했다. 믿을 것은 자기 자신밖에 없다. 자신의 장점을 선보여야 한다. 한교원은 "내가 가진 것들을 다 보이겠다. 발전하는 모습도 보이겠다. 그러면 주전으로 나설 수 있을 것"이라 했다. 구체적인 목표도 세웠다. "이번 시즌에는 10개 이상의 골과 도움을 기록하고 싶다. 전북이 K리그와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동반 우승을 하는데 힘을 보태고 싶다"고 다짐했다.
두바이(UAE)=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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