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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결전의 그 날이 밝았다.
결승으로 향하는 길은 가시밭이었다. 줄감기, 부상 등 뜻밖의 변수에 발목이 잡혔다. 플랜 B는 전략이 아닌 거스를 수 없는 운명이었다. 27년 만의 아시안컵 결승행은 기대 이상의 성적이다. 축구 지도자로 종착역을 향해 달리고 있는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61), 마지막을 위한 첫 번째 여정은 환희다.
그런데 슈틸리케 감독이 또 다시 '파격'을 준비하고 있는 듯하다. 베스트 11에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26일 이라크와의 준결승전 멤버에서 우측 윙어와 오른쪽 풀백만 바뀔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호주의 맞춤형 전술을 구상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4-2-3-1 포메이션을 기본으로 봤을 때 '더블 볼란치(수비형 미드필더)'는 장현수-박주호(28·마인츠) 조합이 될 가능성이 크다. 조별리그 3경기, 8강, 4강까지 기성용(26·스완지시티)-박주호가 중원을 사수했었다.
그럼 기성용은 어느 포지션으로 옮길까. 섀도 스트라이커로 변신할 수 있다. 기성용은 이번 대회 큰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안정된 공수연결고리 역할을 했다. 파트너 박주호보다는 공격적으로 나서긴 했다. 기성용에게 공격형 미드필더는 그리 낯선 포지션이 아니다.
무엇보다 슈틸리케 감독은 90분 안에 승부가 가려질 것을 대비한 전략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차두리(35·서울)가 선발 투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회를 끝으로 태극마크를 반납하는 차두리의 강한 책임감과 희생 정신을 결승전에서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연장으로 이어졌을 때 차두리의 체력이 관건이다. 김창수(30·가시와)와 바꿔줘야 하는 시점이 올 수 있다. 반드시 교체카드를 한 장 남겨둬야 한다.
이근호(30·엘자이시)도 일단 숨길 듯하다. 이근호는 호주전에서 고군분투했다. 전반 잦은 패스미스와 볼컨트롤 난조로 경기력이 저조할 때 상대 뒷 공간을 쉴새없이 파고들면서 제 몫을 했다. 이근호의 왕성한 활동량이 없었다면, 호주에 크게 밀렸을 가능성이 높다. 이근호는 치열한 혈투로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후반 중반 투입돼 호주의 수비진을 헤집어놓는 임무가 주어질 것으로 보인다.
슈틸리케 감독이 고안한 또 다른 변화는 55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의 묘안이 될 수 있을까.
시드니(호주)=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