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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을 깼다. 슈틸리케호는 호재다.
대한민국이 결승행 길목에서 이란이 아닌 이라크를 만난다. 55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에 도전하는 슈틸리케호는 26일 오후 6시(이하 한국시각) 시드니에서 이라크과 4강전을 치른다. 극적인 승부였다. 이라크는 이변을 연출하며 8강을 통과했다. 23일 호주 캔버라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5년 호주아시안컵 이라크와의 8강전에서 연장혈투 끝에 3대3으로 비긴 후 승부차기에서 7-6으로 승리했다.
그러나 변수가 생겼다. 전반 43분 이란의 풀라디가 경고 2회로 퇴장당했다. 10명이 싸워야 하는 이란은 최악의 위기에 내몰렸다. 이라크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하프타임에 이란은 쇼자에이를 빼고 아미리를 투입했다. 이라크는 공격수 후세인을 수혈하며 공격에 숫자를 늘렸다.
후반 11분 이라크의 동점골이 터졌다. 압둘-자흐라가 페널티에어어리어 왼쪽에서 올린 크로스가 골대 반대편으로 흘렀고, 아흐메드 야신이 오른발로 동점골을 작렬시켰다. 이라크가 키를 쥐었다. 그러나 더 이상 이란의 높은 벽을 뚫지 못했다.
결국 전후반 90분에 승부가 나지 않았다. 연장전에 돌입했다. 장군멍군, 손에 땀을 쥐는 혈전이 이어졌다. 이라크가 먼저 포문을 열었다. 연장 전반 3분 샤케르의 크로스가 이란 골키퍼 몸맞고 굴절됐고, 주장 유니스가 헤딩으로 골문을 열었다. 기쁨도 잠시, 이란은 연장 전반 13분 테이무리안 코너킥을 푸랄라간지가 헤딩슛으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끝이 아니었다. 연장 후반 11분 다시 골망이 출렁였다. 이라크였다. 야세르 카심이 얻은 페널티킥을 이스마일이 골로 연결했다. 대세가 갈린 듯 했다. 하지만 이란은 이란이었다. 연장 후반 14분 코너킥 상황에서 혼전이 이이지다 구차네자드가 극적인 동점골을 터트렸다. 이어 이란 골키퍼 하지지와 이라크 공격수 후세인이 충돌하면서 난투극 직전까지 갔다. 인저리 타임은 무려 7분이나 주어졌지만 더 이상 골네트는 흔들리지 않았다.
승부차기에서 이란이 선축했다. 첫 번째 키커 하지사피가 찬 볼이 허공을 갈랐다. 실축이었다. 그러나 이라크의 압둘-아미르도 골망을 흔들지 못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란은 푸랄리간지, 네쿠남, 호세이니, 가푸리, 자한바크시, 테이무리안이 모두 골을 성공시켰다. 이라크도 살렘, 이스마일, 아드난, 유니스, 카심, 후세인도 골네트를 갈랐다.
결국 8번째 키커에서 승부가 갈렸다. 이란의 아미리가 실축했고, 이라크는 샤케르가 골을 성공시켰다. 이라크가 4강에 올랐다.
슈틸리케 감독의 바람대로 됐다. 그는 "이란-이라크가 연장전에 돌입했으면 한다. 상대가 누가 올라올 지는 중요하지 않았다"며 "4강전이라 양팀 모두 결승에 올라가기 위한 부담도 있지만, 정신적으로 극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즐기는 축구를 선수들에게 주지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이라크는 연장 혈투에다 경고 속출로 출혈이 컸다. 상대 전적에서도 한국이 6승10무2패로 앞서있다. 아시안컵은 아픔이 있다. 2007년 아시안컵 4간전에서 만나 득점없이 비긴 후 승부차기에서 3-4로 패했다. 복수의 기회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