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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우즈벡전] 차두리 이제부터는 매경기가 최후의 전장

기사입력 2015-01-21 17:03 | 최종수정 2015-01-22 0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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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참' 차두리(35·서울), 그라운드에 서면 나이를 잊는다. 이견이 없다. 현재가 전성기다.

그러나 그는 손사래를 친다. '차미네이터'가 아닌 '인간'이란다. 나이를 지울 수는 없다. 그래서 자신과 타협했다. 2015년 호주아시안컵을 끝으로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했다. 시간은 멈추지 않는다. 드디어 8강전에 돌입한다. 슈틸리케호는 22일 오후 4시30분(이하 한국시각) 멜버른에서 우즈베키스탄과 8강전을 치른다.

이제부터는 매 경기가 운명과의 사투다. 8강, 4강, 결승, 최다 3경기를 누빌 수 있다. 반면 패하면 짐을 싸야하는 '단두대 매치'가 열린다. 우즈벡전이 마지막이 될 수 있다. 떠올리기조차 싫지만 1경기로 태극마크와의 인연이 끝날 수 있다.

차두리는 현재 역대 아시안컵 A대표 최고령 출전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2007년 동남아 4개국 대회에서 이운재가 세운 만 34세 102일을 훌쩍 뛰어넘었다. 우즈벡전에 출전하면 아시안컵 최고령 출전 기록은 만 34세 190일이 된다. "2002년 한-일월드컵 세대가 당시 초등학교 4학년이던 손흥민 김진수와 지금도 같이 뛰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감회도 새롭고 내 자신이 놀랍기도 하고 조금 자랑스럽기도 하다." 해맑은 미소가 가득한 그의 소감이다. 입가는 다시 웃음꽃이 핀다.

돌발변수가 있었다. 대회 개막을 앞두고 오른 무릎을 다쳤다. 심각하지는 않았지만 4일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최종리허설에 결장했다. 10일 오만과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도 선발에서 제외됐다. 굳이 무리수를 둘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경기 시작 2분 만에 호출을 받았다. 김창수(30·가시와)가 전반 2분 오른쪽 측면에서 상대 선수와 볼을 다투다 쓰러졌다. 치료를 받은 후 재투입됐지만 전반 18분, 더 이상 뛸 수 없다는 신호를 보냈다. 몸을 풀던 차두리는 전반 19분 투입됐다. 오랜만의 실전이었다. 간극은 느껴지지 않았다. 부상 후유증도 없었다. 풍부한 경험과 폭발적인 오버래핑은 여전했다. 몸싸움과 체력도 대단했다. 팀의 구심점이었다. 쉴새없이 후배들과 소통했다. 때론 독려하며 팀의 1대0 승리를 이끌었다.

차두리는 쿠웨이트와의 2차전(1대0 승)에선 악재와 싸웠다. 후배들이 줄부상과 감기 몸살 앓았다. 오만전과 비교해 베스트 11이 무려 7명이나 바뀌었다. 최악의 경기력이었지만 차두리가 흐름을 바꿨다. 전반 36분 환상적인 오버래핑에 이은 크로스로 남태희의 선제 결승골을 어시스트했다. 세상의 평가도 특별했다. 그는 김영권(25·광저우 헝다)과 함께 조별리그 2차전 베스트11에 이름을 올렸다. 호주와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는 체력 안배 차원에서 결장했다. 그래도 최고의 오른쪽 수비로 인정받았다. 차두리는 아시안컵 조직위원회가 21일 공개한 베스트 11에도 선정됐다.

종착역이 멀지 않았다. 차두리는 2004년 중국, 2011년 카타르 대회에 이어 3번째로 아시안컵 무대에 섰다. 한국은 55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을 꿈꾸고 있다.


재충전한 차두리는 우즈벡전에 선발 출전이 예상된다. 그의 '희망사항'도 단 하나다. 개인적인 욕심은 머릿속에 없다. 팀의 우승 뿐이다. 은퇴와 현역의 갈등속에서 여기까지 달려온 것도 우승 때문이다. "다음 대회 때 집에서 맥주를 마시며 경기를 보면서 '아 내가 나이가 많이 들어서 큰 대회를 잘 치렀구나'하고 뿌듯하게 여길 수 있다면 끝이다." 세월의 철학이 담긴 그의 말에서 또 다른 울림이 느껴진다.

새로운 출발이다. 매 경기가 최후의 전장이다. 국가대표 차두리의 마지막 여정은 과연 어떤 그림일까.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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