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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한국시각) 호주 브리즈번의 밤은 고요했습니다. 개최국 호주가 한국에 0대1로 패했기 때문이죠. 거리의 술집 뿐만 아니라 경기장에 꽉 들어찬 호주 팬들의 노란 물결은 순식간에 붉은 색으로 바뀌었습니다. 한국 교민들은 승리에 취하고, 술 한 잔에 더 취했죠. 한인들의 자존심을 세워준 태극전사, 그 중에서도 결승골을 폭발시킨 이정협(24·상주)의 '신데렐라' 스토리를 들려드리려고 합니다.
어린 시절 이정협은 또래보다 성숙했다고 합니다. 축구를 배우려는 자세가 진지했고, 무척 성실했다는데요. 동래고 시절 이정협을 지도했던 박형주 전 동래고 감독은 이정협에 대한 칭찬을 쏟아냈습니다. 매일 개인운동을 잊지 않았고, 동기와 후배들도 잘 챙겨 팀 내에서도 인기가 많았다네요. 또 이정협은 부산MBC전국대회에서 최우수선수상을 받을 정도로 뛰어난 공격수였다는 사실도 알려줬습니다. 그러나 마음이 여린 탓에 '눈물의 사나이'기도 했답니다. 골을 못넣어 경기를 패하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네요.
부산 시절 이정협의 별명은 '진지맨'이었답니다. 그의 머릿 속에는 온통 축구 뿐이었다고 하네요. 항상 운동에 열중했답니다. 잠재력도 무궁무진했습니다. 다만, 2%가 부족했다네요. 무엇이었을까요. 기술과 소심함이었습니다.
브리즈번(호주)=스포츠2팀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