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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축구의 귀화정책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스포츠 강국을 꿈꾸지만 토대는 허약하다.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쿠웨이트 등 아라비아 반도에 속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자국민 비율은 전체 인구 중 20% 안팎에 불과하다. 이런 여건에서 순수 자국 대표팀을 꾸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결국 선택한 게 오일머니를 앞세운 '귀화정책'이다. 유럽, 남미, 아프리카 출신 선수들을 거액의 연봉으로 유혹하면서 자국 대표팀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2022년 월드컵 개최권을 따낸 카타르는 정부 차원에서 유소년 육성 아카데미를 설립, 전 세계 유망주들을 불러모아 카타르 대표로 키우는 일에 나설 정도다.
이런 카타르를 상대한 UAE도 할 말은 없다. 에이스 오마르 압둘라흐만은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이다. 카타르전 멀티골의 주인공 알리 마브쿠트는 예멘, 이날 출전하지 않은 이스마일 아흐마드와 사에드 알 카티니도 각각 모로코, 예멘 출신 귀화 선수들이다. 이란에 덜미를 잡힌 바레인은 파우지 아이쉬(모로코), 제이시 오쿤와네(나이지리아), 압둘라 오마르(차드) 등 3명이 귀화자로 채워져 있다.
공교롭게도 3팀 모두 조별리그 C조에서 각축을 벌이고 있다. 이란을 제외한 나머지 3팀이 귀화선수들이 에이스 노릇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시나닷컴은 '이쯤되면 C조는 외국인 선수 리그라고 불러도 좋을 듯 하다'고 촌평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