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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이하 한국시각) 호주 캔버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슈틸리케호의 오만전 대비 마지막 공식 훈련.
하지만 구자철은 이날 믹스트존을 아무 말없이 지나쳤다. 의외였다. 그 동안 한 번도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을 거절한 적이 없었다. 현재 구자철의 심경이 담긴 모습이었다.
'디펜딩 득점왕'의 부활이 필요하다. 한국 축구가 55년 만의 아시안컵 정상을 탈환하기 위한 필수요건이다. 4년 전 구자철은 구름 위를 걸었다. 누구보다 가장 주목을 받았다. 사실 박주영의 부상으로 최대 수혜를 입었다. 여러 전술 시험 끝에 섀도 스트라이커로 낙점됐다. 낯선 포지션이긴 했지만, 놀랍도록 빠른 적응력을 보였다. 그의 발끝은 매 경기 날카로웠다. 방점은 3~4위전에서 찍었다. 부상을 안고 있었지만, 출전을 강행해 대회 5호골을 터뜨리며 득점왕을 차지했다. 조윤옥(1964년) 최순호(1980년) 이태호(1988년) 이동국(2000년)에 이어 한국 선수로는 다섯 번째 쾌거였다. 지동원 박지성 이청용 등 많이 뛰고, 공간을 만드는 동료들을 통해 득점 기회를 많이 잡을 수 있었다. 구자철의 진가는 다른 면에서도 드러났다. 날카로운 패스와 공격 가담으로 공격의 활로를 뚫었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오랫동안 활약하며 다져진 넓은 시야도 돋보였다. 무엇보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최종명단 탈락의 아픔을 말끔히 씻었다.
캔버라(호주)=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