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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원의 센터서클]학원 스포츠의 보이지 않는 손과 그림자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5-01-06 07:22



세밑 어느 학부모의 제보전화가 걸려왔다. 학원 축구 비리를 고발하는 내용이었다.

1인당 동계훈련비, 통장 입금처 등 충격적인 내용이 담겨있었다. 사실 학원 축구의 어두운 그림자는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돈과 체벌, 두 고리가 다람쥐 쳇바퀴 돌듯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잊으려 하면 제보전화가 걸려 온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달 28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종합청사 별관 외교부 브리핑룸에서 스포츠 4대악 비리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풀뿌리 학원 축구는 또 다른 영역이다. 여전히 허공을 맴돌고 있다.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학부모라는 위치, 용기를 내기 힘들다. '보고도 못 본 척, 들어도 못 들은 척, 알아도 모르는 척' 해야 한다. 자식의 인생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해가 바뀌었다. 이 학부모도 5일 기존의 입장을 바꿨다. "알고 보니 제보 내용이 사실과 다르더라." 그 내용은 묻어둘 수밖에 없었다.

을미년 새해다. 대한축구협회가 5일 시무식을 열고 첫 발걸음을 뗐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2015년을 '변화의 원년'이라고 선언했다. "새해에는 우리부터 축구의 아름다움과 열정을 추구하는 근본으로 돌아가야겠다. 이것이 한국 축구 재도약의 신호탄이 될 것이다." 2015년 중점 과제 가운데는 유소년 축구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도 한 켠을 차지하고 있었다. 육성프로그램과 초중고 주말리그의 효율적 운영을 통해 유소년 축구를 발전시겠다는 것이 골자였다. 하지만 '시한폭탄'인 내부 개혁에 대한 목소리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여전히 큰 그림만 있을 뿐이었다.

유소년 축구는 과도기다. 한국 축구의 자양분인 풀뿌리 축구는 두 체제에서 방황하고 있다. 클럽과 학원 축구다. 클럽 축구가 시대적인 대세로 떠올랐다. 반면 학원 축구는 기득권을 되찾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다.

지난달 26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는 프로축구연맹의 K리그 유소년클럽 활성화 제도와 스포츠토토 공익기금 차별 지원에 반대하는 시위가 있었다. 학원 지도자가 주축이 된 한국축구인노동조합(이하 축구인노조)의 첫 단체 행동이었다. K리그 유소년클럽 활성화 제도는 2012년 10월 프로연맹 이사회에서 상정된 것으로 '2015년부터 각 프로 구단의 선수 등록 인원을 25명으로 제한하고, 25명에는 K리그 유소년 클럽 출신과 당해연도 만 23세 이하 선수는 제외한다'는 내용이다. 축구인노조는 일반 학원 축구 출신 선수에 대한 차별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K리그 산하 유소년클럽에만 지원되는 스포츠토토의 유소년 기금의 균등 지급도 요구하고 있다.

물론 차별이 존재해서는 안된다. 어느 정도 일리도 있다. 그러나 고개가 끄덕여지기 보다 가로저어지는 것은 왜일까.


학원 축구의 일그러진 자화상을 떨칠 수 없기 때문이다. K리그의 침체, 학원 축구 지도자들에게도 책임이 있다. 전체가 그렇다는 것이 아니지만 일부는 '학교발전기금'의 명목 하에 무분별하게 유망주들을 수출하고 있다. 2013년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갈 필요도 없다.

지난해 초중고교에서 해외로 이적한 선수는 총 68명이다. 이 가운데 일반 초중고 출신은 57명, K리그 산하 유스팀 출신은 11명이다. 또 대학교에서 해외로 이적한 선수는 총 43명인데 전원이 학원 축구 출신 선수들이다. 몇 명이 성공해서 돌아올지 장담할 수 없다. 이전 사례를 보면 잊혀지는 선수가 부지기수다. 선수 장래를 위한 것인지 돈을 위한 것인지는 누구도 모른다.

2015년 학원 축구에게 먼저 물음표를 던진다.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한다. 학원 축구가 건강하면 한국 축구의 뿌리는 더 튼튼해진다. 목소리를 내기 이전에 자아 성찰이 우선인 듯 하다. 스포츠 2팀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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