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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키퍼 주전 경쟁 시대 끝났나, 요동치는 후방 세계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4-12-30 16:30 | 최종수정 2014-12-31 08:34



태극전사 '안방마님' 자리는 '넘버원 공식'이 지배해 왔다.

골키퍼라는 '포지션의 특수성'이 넘버원의 지배를 허락했다. 골키퍼의 임무는 단순히 볼을 막는데 그치지 않는다. 또 다른 수비수다. 끊임없이 수비진과 소통하며 최상의 방어망을 구축한다. 경기마다 수시로 바뀌는 필드 플레이어 라인업과 달리 '안정감'이 필요한 골키퍼 자리는 변화에 둔감했다. A대표팀 수문장 자리를 놓고 내로라 하는 거미손들이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결국 승자는 한 명이었다. 최인영(1990~1994년) 김병지(1994~1998년)에 이어 이운재(1998년~2010년)가 10년 넘게 장기집권 하면서 계보를 이어왔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부터 정성룡(29·수원)의 시대가 열렸다. 2011년 카타르아시안컵을 거쳐 2014년 브라질월드컵까지 흔들림이 없었다.

그런데 2015년 호주아시안컵을 앞둔 슈틸리케호에서 '넘버원 공식'이 깨지는 모양새다. 내년 1월 10일 호주 캔버라 스타디움에서 펼쳐질 오만과의 2015년 호주아시안컵 조별리그 A조 1차전에 나설 '슈틸리케호의 안방마님' 윤곽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정성룡과 김승규(24·울산) 뿐만 아니라 김진현(27·세레소 오사카)까지 경쟁에 가세한 '3파전'이 현재진행형이다. 큰 대회를 앞둔 통상적인 경쟁 구도와는 다른 색깔이다.

정성룡은 64차례 A매치(64실점)에 나선 베테랑이다. 월드컵과 올림픽에 각각 2차례 출전했고, 카타르아시안컵까지. 경쟁상대들보다 큰 물에서 놀아본 경험이 많다.

김승규(A매치 7경기 10실점)는 벨기에와의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정성룡을 밀어내고 주전으로 낙점 받아 선방쇼를 펼치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김진현(A매치 4경기 6실점)은 슈틸리케호 출범 뒤 두각을 드러내면서 정성룡-김승규 양강체제를 흔들었다. 선배인 정성룡이 A매치 뿐만 아니라 프로 경험이 많지만, 김승규와 김진현도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다. 정성룡은 위치선정, 김승규와 김진현은 반사신경 등 장점도 분명하다. 이렇다보니 각 경기 마다 3명의 골키퍼가 돌아가며 주전으로 나서도 이상하지 않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은 지난 10월 취임 이래 '넘버원' 자리를 허락하지 않았다. 10~11월에 가진 4차례 A매치에서 연속으로 골키퍼 장갑을 낀 선수는 없었다. 김진현이 2회 출전으로 가장 많은 횟수를 기록했고, 정성룡과 김승규가 각각 1번씩 골문을 지켰다. 호주아시안컵에서도 '로테이션'이 이어질 수도 있다.

슈틸리케호는 내년 1월 4일 시드니에서 열리는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최종 모의고사에 나선다. 성역을 없앤 슈틸리케 감독은 과연 어떤 선택을 내릴까.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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