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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일까, 대박일까. 주사위는 던져졌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 부진한 박주영은 명예회복의 기회를 잃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왜 박주영을 지웠을까. 전술적 판단일까, 아니면 또 다른 뭔가가 있는 것일까.
골침묵 때문일까
그러나 이근호와 조영철이 박주영보다 더 낫다고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근호는 10월 31일 멀티골을 터트린 후 5경기째 골이 없다. 조영철은 최근 5경기에서 선발 출전은 단 1경기에 불과하다. 21일 교체 출전해 시즌 3호골을 터트렸지만 들쭉날쭉한 출전으로 경기력은 물음표였다. 슈틸리케 감독도 최근 조영철의 경기력을 걱정했다. 하지만 조영철은 빛을 봤다.
결국 박주영의 골침묵과 최종엔트리 제외는 연관성이 떨어진다. 슈틸리케 감독은 전술적 판단이라고 했다. 그는 박주영에 대해 "개인적인 의견에 의해 소집에서 제외된 것이 아니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리고 "현재 공격수 자원에는 비슷한 유형이 많다. 그래서 이동국과 김신욱을 끝까지 염두에 뒀다. 부상에서 회복중이라 소집하지 못했다. 다른 스타일 유형의 선수를 찾다보니 그렇게 결정했다"며 "3명의 공격수는 전술적인 판단에 의해서 소집했다. 조영철은 가짜 9번 역할을 해줄 제로톱 자원으로 선발했다. 이근호는 풍부한 경험과 많은 활동량을 염두에 뒀다. 이정협은 우리가 그동안 찾았던 적진에 깊게 침투할 수 있는 전형적인 타깃 스트라이커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선택은 감독의 몫
슈틸리케 감독은 브라질월드컵 후 박주영에게 쏟아지는 질타를 잘 알고 있다. 최근에는 "브라질월드컵 이후에 특정 선수에 대해 비난이 많았다. 박주영과 정성룡이 중심에 서 있다. 이 선수들이 월드컵에서 못했다고, 비난을 받았다고 해서 배제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소속팀에 출전해 좋은 모습을 보이면 과거의 비난은 하지 않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박주영은 11월 중동 원정에서 슈틸리케 감독과 처음 만났다. 요르단전에서 선발, 이란전에서 교체 출전했다. 평가는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2% 부족한 것이 있어 보였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달 "팀의 구성원 모두가 하나가 돼야 한다"고 했다. 이날 박주영을 언급하는 도중 태도를 이야기했다. "선수 소집 여부는 경기장에서 얼마나 노력하는지, 모든 것을 보여주는지에 달렸다. 소집한 선수들의 훈련 태도, 그라운드에서 경기력을 중요하게 봤다. 제주도 전지훈련에서 선수들의 태도와 관련해서는 어떤 선수에게도 불만이 없었다." 지칭하진 않았지만 박주영의 자세에 문제가 있는 듯한 발언으로 해석할 수 있었다. 또 다른 뭔가는 '원팀'으로 호흡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존재로 판단할 수 있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어 "박주영 대신 이정협을 발탁했다. 박주영을 선택하는 게 더 수월한 결정일 수 있다. 하지만 경험이 많은 박주영이 출전 기회를 받았을 때 책임감이 더 클 것이다. 반면 A매치 출전 경험이 전무한 이정협을 소집하면 감독인 나에게 책임이 있다. 그동안 한국 축구가 걸어온 길에서 아시안컵 우승을 하지 못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지금이 변화를 할 수 있는 기회"라고 덧붙였다.
왜 이정협일까
슈틸리케 감독은 제주 훈련을 앞두고 이례적으로 이정협을 언급했다. 그는 "상주 경기를 5차례 지켜봤다. 이정협은 경기당 20~25분밖에 뛰지 않았음에도 인상깊은 플레이를 펼쳤다"고 평가했다. 이정협은 21일 제주에서 열린 자체 평가전에서 선제골을 기록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정협은 소속팀에서도 선발이 아닌 후보다. K-리그 경기를 통해 가능성을 봤고, 제주 전지훈련을 통해 충분히 확인해 소집했다"고 밝혔다.
슈틸리케 감독은 1m86인 이정협을 타깃형 스트라이커로 기용할 계획이다. 조커로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