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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재치-감동' 넘친 홍명보자선경기, 축구로 쓴 '작은 기적'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4-12-15 05:50


◇강수일이 13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하나은행과 함께 하는 Share the Dream Football Match 2014' 자선축구행사에서 지소연과 코믹댄스를 선보이고 있다. 잠실=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추위가 야속했다.

'동장군'은 기세등등 했다. 발을 동동 굴려도 살을 에는 추위를 막을 방도가 없었다. 경기장 주변의 한산한 풍경도 무채색이었다. 브라질의 눈물 뒤 한국 축구에 휘몰아쳤던 광풍이 사랑과 희망을 나누는 순수한 마음까지 작게 만든 듯 했다.

한국 축구를 바라보는 팬심은 여전히 따뜻했다. 13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하나은행과 함께 하는 셰어 더 드림 풋볼 매치(Share the Dream Football Match) 2014'는 올해도 1만2000석의 관중석을 뜨거운 열기로 휘감았다. 경기 시작 1시간 전까지만 해도 한산하던 좌석은 경기가 임박하자 금새 채워졌다. 이날 경기를 개최한 홍명보장학재단 이사장 자격으로 관중석에 앉은 홍명보 전 A대표팀 감독(45)의 표정에는 시간이 흐를수록 미소가 감돌았다. 한국 축구 모두가 손을 맞잡고 12번째 사랑과 희망의 승부에 동참했다.

'자연인'으로 되돌아간 홍 이사장에게 '브라질의 눈물'은 여전히 높은 벽이었다. 싸늘해진 세간의 시선과 장기 불황의 늪에 허덕이는 경제, 모든 게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올해도 팬들과의 약속을 지키기로 했다. "자선경기는 지도자 생활을 하기 전부터 고민해왔던 문제다. 내가 감독직을 했던 문제와는 별개다. 이 일은 계속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15분씩 3쿼터로 나뉜 풋살 경기에 나선 사랑-희망팀 구성은 다양했다. 풀뿌리 K-리그의 간판스타 뿐만 아니라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 주역, 여자축구 WK-리그, 풋살, 장애인 대표팀 선수단까지 합류했다. 한국 축구의 오늘이 팬들에게 받은 사랑을 어려운 이웃에게 환원하겠다는 소박한 사명을 안고 한 자리에 모였다.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과 부인,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과 정몽준 명예회장 등 축구계 인사들도 총출동 했다. 소년-소녀 팬들로 가득찬 1만2000석 경기장은 선수들의 몸짓 하나하나에 함성으로 화답하면서 분위기를 달궜다.

'그라운드의 아이돌'들은 코트를 종횡무진 했다. '공격수' 정성룡(수원)부터 '차도녀' 지소연(첼시 레이디스)까지 '끼'가 폭발했다. 태극낭자들은 남자 스타들의 댄스공세에 '뺨'으로 응수하는 재치를 발휘하며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매년 자선경기 마다 감초 역할을 톡톡히 했던 개그맨 서경석도 공격수, 골키퍼로 종횡무진 했다. 감동도 빠지지 않았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하나되는 세상', '편견의 비움은 능력의 채움입니다' 등 사회를 향한 가슴 따뜻한 외침이 메아리 쳤다. 결과는 12대9, 희망팀의 승리였다. 하지만 모두가 웃었다. 애초부터 결과가 중요한 승부가 아니었다. 경기 뒤 전 선수와 시각장애 보컬그룹 '더 블라인드'가 김범수의 하이어(Higher), GOD의 '촛불 하나'를 열창하면서 대미를 장식했다. 희망팀 소속으로 출전한 청각장애 대표선수 김종훈은 이날 '하나은행 최우수선수(MVP)'에 뽑혔다.

이날 결혼식을 마치자 마자 신부와 함께 공항 대신 경기장으로 달려온 수비수 김영권(24·광저우 헝다)은 "뜻 깊은 자리에 평생의 반려자와 함께 하게 되어 영광스럽다"고 수줍어 했다. '다문화 태극전사'로 새 지평을 연 강수일(27·포항)도 "축구를 통해 많은 분들에게 희망을 전달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평가했다.

홍명보장학재단은 이번 자선경기 수익금 전액을 소아암 어린이들의 치료 기금으로 전달한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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