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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김없이 침대축구가 등장했다. 여기에 중동 특유의 텃세도 있었다. 불법 골이었지만 주심은 눈을 감았다. 분통이 터졌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결국 한국이 빌미를 제공한 탓이었다. 상대를 압도하면서도 결정타를 날리지 못한다면 어떻게 되는 지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이란전 패배의 원인은 결정타 부재였다. 경기는 압도했다. 한국은 경기 템포를 능수능란하게 조절했다. 기성용과 박주호가 버틴 중원이 핵심이었다. 짧은 패스를 통해 볼점유율을 높여나갔다. 점유율을 올리자 공격도 술술 풀렸다. 최전방 선수들 모두 자신감을 가지고 공세를 펼쳤다. 원톱 이근호는 활동반경을 넓히며 상대를 괴롭혔다. 이청용과 손흥민은 서로 다른 스타일로 공격을 풀어나갔다. 이청용은 가벼운 몸을 바탕으로 어시스트에 무게 중심을 두었다. 손흥민은 개인기와 강력한 슈팅으로 맞섰다.
결국 역습의 불씨는 큰 불이 되어 한국에게 되돌아왔다. 전반 후반부부터 이란은 서서히 웅크리고 있던 몸을 폈다. 몇차례 반짝이는 역습을 선보였다. 김진현의 선방이 없었다면 골을 내줄수도 있었다. 후반 들어 이란의 공세는 더욱 힘이 있었다. 문전 앞에서 한국의 수비진들은 구차네자드와 데자가 등이 선보인 빠른 몸놀림을 반박자 늦게 반응했다. 분위기를 넘겨주고 말았다. 기세가 오른 이란은 계속 한국을 흔들었다. 묘하게 경기가 말리는 느낌이었다. 한국은 박주영을 투입하며 공세를 지키려고 했다. 하지만 이미 분위기가 살짝 넘어간 상황이었다. 그 시점에서 애매한 판정으로 승부가 갈렸다. 후반 37분 네쿠남의 오른발 프리킥이 양쪽 골대를 맞고 나왔다. 김진현 골키퍼가 잡는 듯 했지만 이란의 아즈문이 밀치면서 머리로 볼을 밀어넣었다. 골키퍼 차징이었지만 주심은 휘슬을 불지 않았다.
이후 한국은 이란이 설치한 덫에 제대로 걸린 생쥐꼴이었다. 이란 선수들은 비매너를 연발했다. 아무런 접촉이 없었는데도 아프다며 쓰러졌다. 벤치에서는 한국 선수들을 도발했다. 한국 선수들의 리듬을 깨뜨리려는 꼼수였다. 여기에 넘어간 한국 선수들은 흥분하며 경기를 제대로 풀어나가지 못했다. 결국 골을 넣어야할 때 넣지 못하면 승리란 없다는 진리를 다시 한 번 확인한 90분이었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