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마지막 '동해안 더비'를 앞둔 두 지도자의 표정은 극명히 엇갈렸다.
황선홍 포항 감독의 얼굴에는 초조함이 묻어났다. 6경기 연속 무승의 부진을 간신히 털어냈다. 그러나 여전히 불안감이 남아 있다. 2위 수원을 끌어내리고 내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본선에 직행하겠다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선 더 많은 승점이 필요하다. 어떻게든 울산을 잡아야 하는 입장이었다. 반면 조민국 울산 감독은 여유가 넘쳤다. 경기 시작 전 벤치 앞에 선 조 감독은 미소를 띄면서 팔짱을 낀 채 그라운드에 나선 선수들을 바라봤다. 스플릿 그룹A, B 사선을 넘나들던 악몽에 몸서리 쳤던 지난날에 비하면 '동해안 더비'의 무게감은 즐길 수 있는 무대였다.
이후엔 동해안 더비 다운 명품승부가 그라운드를 수놓았다. 울산의 공세가 주춤한 틈을 타 포항의 스틸타카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김승대, 김재성, 강수일이 공격 전면에 서서 잇달아 울산 골문을 두들겼다. 그러나 울산에는 11월 중동 원정 A매치를 앞둔 슈틸리케호의 안방마님 김승규가 버티고 있었다. 후반 막판 김재성, 김승대의 결정적인 슛을 잇달아 걷어내면서 태극마크의 위엄을 뽐냈다. 후반 추가시간엔 강수일이 문전 왼쪽에서 결정적인 찬스를 잡았으나, 슛이 크로스바를 가르면서 망연자실 했다. 김승대의 슛도 골포스트 바깥으로 빗나가면서 땅을 쳤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그라운드에 선 22명의 선수 모두 고개를 떨구고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포항에겐 승점 3이 못내 아쉬웠다. 이날 서울에 패한 수원(승점 61)과 간격을 좁힐 수 있는 절호의 찬스였다. 하지만 승점 1을 더해 승점 56, 4위 제주(승점 51)와의 간격을 5점으로 벌리는 데 만족해야 했다. 막판 수세에 몰렸던 울산은 힘겨운 원정길에서 귀중한 승점을 따냈다. 울산은 승점 48로 6위 자리를 지켰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