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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우승]2009-2011년 '닥공', 2014년 우승 비결은 '닥수'

하성룡 기자

기사입력 2014-11-08 17:50



"난 한번도 올시즌에 '닥공(닥치고 공격)'을 언급한적이 없다."

올시즌 최강희 전북 감독이 브라질 동계 전지훈련부터 강조한 점은 공-수 밸런스였다. 전북의 다른 이름이나 다름없는 '닥공'은 잠시 접어뒀다. 선수 구성을 마친 뒤 내린 결론이었다. 최 감독은 "지방팀이 팀 색깔을 강력하게 내려면 공격적인게 중요하다. 선수 구성도 그렇게 해야 한다. 2011년에는 다양한 유형의 공격수가 많아 상대가 내려서도 공격쪽에서 해결을 해줬다. 지금도 많은 팀들이 수비지향적으로 경기를 하는데 (현재 선수 구성은) 2011년만큼 되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공격에서 다른 팀을 확실하게 제압하지 못한다면 승부는 수비에서 봐야 했다. 최 감독은 지난 두 시즌동안 실패한 리그 우승의 원인도 불안한 수비에서 찾았다.

가능성은 충분했다. 자원이 풍부했다. 수비진의 이름값, 역대 최강이었다. 호주 출신 수비수 윌킨슨, 국가대표 출신 김기희, 정인환이 있었다. 지난 시즌과 같은 멤버다. 그러나 지난해 윌킨슨은 전반기에 방출 위기를 겪을 만큼 부진했고, 김기희는 후반기에 이적해왔다. 겉모습은 화려했지만 실속은 없었다. 지난해 전북은 38경기에서 49실점, 경기당 평균 1.29골을 허용했다. 최 감독은 같은 멤버로 막강한 수비력을 구축하기 위해 동계 훈련 기간동안 조직력 훈련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최보경 이강진은 벤치에서 뒤를 받쳤다. 공격수와 미드필더들에게도 전방 압박과 수비 가담을 적극 요구했다.

9개월 뒤 전북은 K-리그 클래식 정상에 섰다. 공격이 강했던 전북이 안정된 수비를 바탕으로 날개를 달고 비상했다. 앞서 두 차례 우승을 차지했던 2009년과 2011년의 기록과 비교해보면 올시즌 전북의 우승을 이끈 원동력이 '짠물 수비'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09년 전북은 경기당 평균 1.18실점, 2011년에는 1.07실점을 허용했다. 당시 경기당 1골씩 이상 허용하고도 K-리그 정상에 설 수 있었던 것은 경기당 2골 이상(2009년 2.11골, 2011년 2.23골)을 넣었던 '닥공' 덕분이다. 그러나 올시즌은 정반대의 그림이다. 세 번째 리그 우승컵을 거머쥔 2014년, 전북의 정규리그 33경기 경기당 평균 득점은 1.61골에 머물렀다. 2골을 넘지 못했다. 반면 실점은 경기당 0.61골에 불과했다. 정규리그 33경기에서 12개 팀 중 최소실점으로 2009년과 2011년에 비해 0.5~0.6실점 가까이 줄었다. 골을 적게 넣었지만 실점을 적게 허용하고 승리를 챙기는 '실리 축구'로 우승컵을 품었다. 김기희 윌킨슨 정인환이 포백 라인을 든든히 지켰고, '신인' 이주용과 최철순이 좌우 풀백에서 측면을 철저히 봉쇄했다. 골키퍼 권순태는 0점대 방어율로 '역대급' 선방을 선보이며 전북의 최후방을 책임졌다. "올해 실점이 적어던 것은 골키퍼와 수비수들이 잘한 것도 있지만 공격부터 전진 프레싱이 잘되었기 때문이다. 압박이 잘되니 상대에게 유효슈팅을 적게 허용했다. 1위를 차지한 것도 이런 비결 덕분이다." '닥공'을 전북에 입힌 최 감독은 우승의 원동력으로 '닥수(닥치고 수비)'를 주저 없이 꼽았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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