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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피언' 대전, 눈물을 환희로 바꾼 힘은?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4-11-06 07:25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불과 1년 전, 그라운드는 눈물바다였다.

'축구특별시', '원조 시민구단'이라는 별명 속에 한국 프로축구를 수놓았던 대전이 1997년 창단 이후 16년 만에 첫 강등의 역사를 썼다. 실낱같은 희망 속에 이를 물었던 대전 선수들은 경남전 패배로 강등이 확정되자 모두 그라운드에 주저 앉아 흐느꼈다. 선수들 뿐만이 아니었다. 조진호 감독과 구단 프런트, 천리길을 마다않고 달려온 대전 서포터스 모두 고개를 떨궜다. '챌린지에서 다시는 강등되지 않는 팀으로 부활하겠다'는 다짐 속에 발걸음을 돌렸다.

대전이 클래식으로 복귀한다. 영예로운 '챔피언'이다. 대전은 5일 안양과 맞붙은 2위 안산이 1대1로 비김에 따라 남은 2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2014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챌린지(2부리그) 우승을 확정지었다. 챌린지 개막전에서 수원FC에 1대4로 참패할 때만 해도 '승점자판기'로 전락할 듯 했다. 그러나 파죽지세의 무패 행진 속에 일찌감치 선두로 뛰어올라 시즌 내내 선두권에서 고공비행 했다. 대전이 강등의 아픔을 찬란한 부활의 역사로 바꿔 놓을 수 있었던 힘은 과연 무엇일까.

파죽지세의 힘

수원FC전 대패는 대전에게 챌린지의 고단함을 알려준 현실이었다. 그러나 승부욕을 깨운 경기이기도 하다. 대전은 3월 30일 고양과의 2라운드부터 6월 21일 대구와의 15라운드까지 13경기 연속 무패(11승2무)의 기록을 쓰면서 단숨에 선두권으로 치고 올라갔다. 패배주의가 만연했던 지난날의 기억은 접었다. 더는 떨어질 곳이 없다는 위기감은 곧 그라운드에서의 투혼으로 귀결됐다. 9월까지 6개월 간 치른 챌린지 25경기서 단 2패(18승5무) 만을 내줄 정도로 완벽한 경기력을 선보였다.

'복덩이' 아드리아노(27)가 최대 수훈갑이다. 매 경기 득점을 하면서 승리의 보증수표 역할을 톡톡히 했다. 개인기와 스피드, 골 결정력 등 모든 부분에서 '탈 챌린지급'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안양과의 32라운드에서 상대 수비수를 팔꿈치로 가격하면서 3경기 출전정지 징계를 받기 전까지 31경기서 27골-4도움의 놀라운 기록을 썼다.

올 시즌 플레잉코치 신분으로 대전과 함께 한 레전드 김은중(35)의 존재도 빼놓을 수 없다. 사실 김은중은 올 초만 해도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진출이 거의 확정된 상황이었다. 그러나 친정팀 대전의 제의에 꿈을 접고 백의종군을 택했다. 1997년 프로생활을 시작한 대전의 제의를 거절할 수 없었다는 게 이유다. 숙소, 훈련장이 없어 빌라촌과 맨땅 운동장을 전전했던 친정팀은 아픔이 아닌 꿈이었다. 세월의 무게 속에 기량은 빛을 잃었지만, 최고참으로 팀의 든든한 버팀목이자 스승 역할을 톡톡히 했다. 조기우승 직전 흔들림이 이어지던 1일 부천과의 34라운드에서는 천금의 헤딩으로 정석민의 결승골을 도우면서 조기우승 및 승격의 공신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밖에 김찬희(24), 황진산(25), 송주한(22), 임창우(22), 서명원(19) 등 기존 선수 및 올 시즌 새롭게 가세한 선수들의 노력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조진호 대전 감독의 공로도 치하할 만하다. 지난해 감독대행 신분으로 난파선이던 대전을 힘겹게 이끌면서 챌린지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했다. 시즌 내내 팀을 안정적으로 이끌어가면서 대전을 선두로 올려놓았다. 시즌 막판 팀이 흔들리는 와중에도 신뢰를 잃지 않으면서 결국 승격 드라마를 완성했다.


챌린지서 다진 내실

대전은 풍파가 끊이지 않는 팀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2002년 지역 기업 후원이 끊긴 뒤 해체 파동을 겪은 뒤부터 매년 잡음이 이어졌다. 2006년 시민주 공모를 통해 시민구단으로 완벽하게 전환한 뒤에도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져 갔다. 급기야 코칭스태프 간 폭력사태 뿐만 아니라 프런트, 대전시 안팎의 관계자 문제까지 얽히면서 말썽꾼 이미지만 강해졌다. 하지만 대전은 올 시즌 클럽하우스 건립, 유소년 운영시스템 및 선발체계 확립, 선수선발위원회 발족 등 내실있는 행보를 이어가면서 시도민구단 중 가장 성공적인 운영을 한 팀으로 탈바꿈 했다.

김세환 사장과 프런트의 헌신적인 노력이 대변화의 원동력이있다. 김 사장은 38세의 젊은 나이다운 추진력으로 주목을 끌었다. 창단 이후 정비되지 않은 구단 운영을 체계적으로 바꿔나가는데 공을 들였다. 잦은 프런트 및 감독 교체가 안정적인 구단의 성장과 비전 수립을 가로막았다는 판단 하에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열악한 재정을 타개하고자 프런트 전원이 발로 뛰면서 지역 기업 유치에 나섰다. 더불어 돌아볼 틈이 없었던 구단의 역사도 바로 세워 전통을 만들어간다는 목표를 잡고 실천에 옮기기 시작했다. 김은중을 플레잉코치로 영입했고, 김영근 스카우트를 선임한 것도 이런 행보의 일환이었다. 조 감독에게 선수단 운영 전권을 맡기면서 힘을 실어줬고, 프런트는 경영에 힘을 쏟으면서 시너지 효과가 곧 나타났다. 특히 그간 외부 입김에 흔들리기 일쑤였던 선수 수급 문제를 해결하고자 전현직 구단 관계자 및 스카우트, 감독이 모두 참여하는 '선수선발위원회'를 발족해 합리적인 선수단 운영을 도모한 것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프로축구계의 한 관계자는 "아마도 대전 프런트가 올 시즌처럼 안정되고 일관된 비전을 갖지 않았다면 예년처럼 부진을 반복했을 것"이라며 높은 평가를 내렸다.

팬들의 열정도 빼놓을 수 없다. 챌린지로 강등되는 순간까지 외쳤던 '대전'이라는 구호는 한 시즌 내내 챌린지 그라운드를 지배했다. 홈, 원정을 가리지 않은 이들의 열정은 선수단의 든든한 힘이자 '축구특별시'의 자존심이었다. 김은중은 "팬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대전도 없었을 것"이라며 감사함을 드러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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