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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국 대타' 카이오, 음지에서 빛나는 '숨은 해결사'

하성룡 기자

기사입력 2014-11-03 07:03


FC서울과 전북 현대가 2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K리그 클래식 34라운드 경기를 펼쳤다. 전북 카이오가 후반 추가 시간에 결승골을 성공시키며 FC서울에 1대0 승리했다. 득점에 성공하고 동료들과 함께 환호하는 카이오(가운데).
상암=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4.11.2

중요한 순간 그는 항상 제자리를 지켰고, 이번에도 제 역할을 해냈다.

전북의 브라질출신 외국인 공격수 카이오가 다시 한번 히어로가 됐다. 카이오는 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의 K-리그 클래식 34라운드에서 경기 종료 직전 극적인 결승골을 터트리며 전북에 1대0 승리를 안겼다. 카이오의 결정적인 득점 한 방에 전북과 최강희 전북 감독은 서울전 징크스마저 훌훌 날렸다. 또 전북은 서울전 승리로 남은 리그 일정을 여유롭게 준비하게 됐다. 4경기에서 1승을 거두면 자력 우승이다.

서울전은 올시즌 카이오가 팀에서 맡은 역할을 잘 보여준 경기였다. 그는 평소 존재감이 큰 공격수는 아니다. 주로 조커로 기용되거나 이동국이 결장할 경우 원톱으로 나선다. 자신의 입지가 넓은 편은 아니지만 큰 불평 없이 팀을 위해 뛴다. 다른 브라질 출신 선수들과 달리 성실함이 강점이다. 어머니가 일본계 브라질 이민 2세대라 아시아 문화에 익숙한 덕분에 팀을 위한 희생을 감내할 줄 안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 반짝 빛나는 '해결사 능력'도 갖춰 전북의 스쿼드를 꾸준히 지키고 있다.

카이오가 전북에 귀중한 승리를 안긴건 서울전이 처음이 아니다. 카이오는 지난 8월에 열린 강릉시청과의 FA컵 8강전에서 후반 42분과 44분에 2골을 내리 쏟아내며 전북의 3대2 역전승을 일궈냈다. 자칫 내셔널리그팀에 패해 FA컵 이변의 희생양이 될 뻔했던 전북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10월 12일 열린 울산전에서도 그의 활약은 눈부셨다. 당시 A매치와 부상으로 인해 이동국 한교원 김기희 윌킨슨 권순태 정인환 이재성 등 주전 7명이 빠진 상황에서 카이오는 헤딩 결승골을 기록하며 전북에 귀중한 승리를 안겼다. 수원과 치열한 선두 경쟁을 벌이던 전북은 '위기'로 꼽혔던 울산전에서 승리를 거두며 3연승을 질주했고, 우승에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었다.

서울전에서도 그는 위기의 순간 '해결사' 능력을 뽐냈다.이동국이 종아리 부상으로 시즌아웃된 상황, 그는 평소처럼 이동국을 대신해 최전방 공격수로 나섰고 묵묵히 제 역할을 해냈다. '무승부 작전'을 펼친 최강희 전북 감독조차 기대하지 않았던 골이다.

경기를 마친 카이오는 다시 '예의'를 갖춘 경기 소감으로 눈길을 끌었다. 그는 "결승골을 넣고 팀이 우승에 다가서 기쁘다"면서도 "이동국이 다쳐서 상당히 마음이 안 좋다. 이동국이 부상으로 빠지면 내가 기회를 잡지만 그만큼 역할을 해줘야 한다. 이동국이 TV로 경기를 보면서 내 골을 기뻐했을 것이다. 이 골을 이동국에게 바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극적인 골이 많은 것에 대해서는 '성실함'을 비결로 꼽았다. 그는 "나는 항상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기 전까지 최선을 다해 뛴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래서 다른 국가에서 뛰었을 때부터 경기 종료 직전에 골을 많이 넣는 편이었다. 앞으로도 계속 경기가 끝날 때까지 최선을 다해 뛸 것"이라고 강조했다.
상암=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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