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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일 일으킨 최강희감독 한마디 "엄살부리지마"

이건 기자

기사입력 2014-10-26 18:52


김남일이 아들 서우군에게 축하의 뽀뽀를 받고 있다. 전주=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당황스럽네요."

김남일(37·전북)은 어쩔 줄 몰라했다. 26일 수원과의 K-리그 클래식 33라운드 홈경기에서 결승골을 넣으며 팀의 1대0 승리를 이끈 수훈갑 인터뷰 자리에서 살짝 얼굴을 붉혔다. "그 부분은 숨기고 싶었다"고 말했다. 잠시 침을 삼킨 뒤 한숨을 나지막이 쉬었다.

김남일을 당황스럽게 만든 이는 최강희 전북 감독이었다. 김남일의 기자회견이 있기 10분 전 최 감독이 입을 열었다. 결승골의 주인공 김남일에 대한 평가를 해달라고 질문을 들은 뒤였다. 그동안 꽁꽁 숨겨왔던 이야기를 꺼냈다.

시즌을 앞둔 2월이었다. 당시 김남일은 실의에 빠져있었다. 직전까지 열린 브라질 전지훈련의 성과가 상당히 좋았다. 2000년 프로 데뷔 이후 15년차의 베테랑으로서 '이번 시즌은 괜찮다'는 촉이 왔다. 하지만 마지막 연습경기에서 오른 발목을 다쳤다. 예상보다 부상이 심각했다. 김남일은 최 감독을 찾았다. "부상 회복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선수 생활을 그만두겠습니다"고 했다. 고민 끝에 어렵게 꺼낸 말이었다. 그런데 최 감독의 반응이 의외였다. 그냥 "엄살 부리지 말고 다시 운동해라. 그리고 딱 1경기만 해봐라"고 했다. 축구화를 벗으려던 김남일은 계획을 수정했다. 다시 축구화를 신었다.

한숨을 쉰 김남일은 눈빛을 번뜩였다. 그리고는 입을 열었다. "감독님에게 그 말을 들은 이후 어리석은 생각이었음을 깨달았다. 그 사건 이후 팀에 더 애정을 가지게 됐다. 훈련이나 경기 준비하는 데 있어서도 신중해졌다"고 고백했다. 이어 "엄살을 부린 것을 지적해준 감독님께 감사한다. 이제 엄살을 더 이상 부리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골은 김남일에게 그 의미가 남달랐다. 결승골일 뿐만 아니라 올 시즌 자신의 2호골이었다. 2003년 전남에서 리그 6골을 기록한 뒤 11년만에 기록한 한 시즌 멀티골이었다. 김남일은 "골 맛은 좋더라"고 기뻐했다. 그러면서 "골이 익숙하지 않아서 흥분했다. 이제 득점왕 경쟁에 뛰어들겠다"고 농담도 던졌다. 이날 경기장에는 김남일의 부인인 김보민 KBS아나운서와 아들 서우군이 있었다. 아들이 보는 앞에서 넣은 첫 골이었다. 김남일은 "가족은 나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이고 언제나 보이지 않는 힘이 된다. 아들 앞에서 골을 넣어 기분이 좋다"고 기뻐했다.
전주=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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