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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틸리케 감독 파격, 그 속에 선수가 있다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4-10-12 17:04 | 최종수정 2014-10-13 07:06


◇기성용(왼쪽)과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이 지난 10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파라과이전 후반 도중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천안=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첫 번째 여행은 달콤했다. 그라운드를 바라보는 팬들의 시선도 따뜻했다.

그의 첫 선택은 파격이었다. 이동국(전북)과 손흥민(레버쿠젠)이 벤치에서 대기했다. 1m82 조영철(카타르SC)과 1m75 남태희(레퀴야), 두 '소총수'가 중앙 공격의 선봉에 섰다. 좌우에는 1m72의 김민우(사간도스)와 1m80의 이청용(볼턴)이 포진했다. 데뷔전 상대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60위 파라과이(한국 63위)였다.

합격이었다. 전반에 일찌감치 대세가 갈렸다. 전반 27분 김민우, 전반 32분 남태희가 릴레이골을 터트렸다. 슈틸리케 감독이 지난 10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파라과이를 2대0으로 제압하며 산뜻하게 첫 테이프를 끊었다.

예상을 뒤엎은 슈틸리케 감독의 실험, 그 속에 선수가 있었다. 자심감과 자율로 동기부여를 했다. 대신 무의미한 플레이는 최대한 자제시켰다. 하나의 플레이를 하더라도 세밀하게 풀어나가도록 지시했다. 선입관도 없었다. 제로베이스에 출발한다는 약속도 지켰다. 기성용(스완지시티) 이청용 이 용(울산) 한국영(카타르SC)을 제외한 나머지 베스트 11은 생소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배려를 얘기하면서도 미래를 얘기했다. "많은 상황을 고려했고 특히 피로도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 손흥민의 경우 장시간 비행과 유럽챔피언스리그와 분데스리가 등 많은 경기 출전으로 90분간 뛸 체력이 안됐다. 그래서 쉴 수 있는 시간을 줬다. 훈련 기간 선수들을 봤을 때 어떤 위치에 어떤 선수를 넣어도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선수들도 부담감의 굴레를 털어냈다. 감독의 지시대로 편안하고,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로 화답했다. 투지도 빛났다. 슈틸리케 감독은 후반 6장의 교체카드를 모두 사용하며 데뷔전 승리에 만면에 미소를 머금었다.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출전한 손흥민(레버쿠젠)은 "특별한 주문은 없었고 편안하게 경기하라고 하셨다"고 했다.

분위기도 특별했다. 선수들도 놀란 눈치였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날 경기에 앞서 선수들이 입장하는 과정에 선수들과 일일이 하이파이브를 했다. 주장 기성용은 "감독님이 하이파이브를 하는 줄은 몰랐다"며 웃었다. 그리고 "선수들에게 최대한 편안함과 자신감을 심어주시려 한 듯 하다. 팀이 침체되지 않도록 신경 써주셨다"고 했다. 캡틴으로서의 감사의 인사였다.

슈틸리케 감독은 '무실점 승리'에 초점을 맞췄다. 골키퍼 김진현(세레소 오사카)의 선방을 앞세워 목표도 달성했다.

2007년 8월 핌 베어벡 감독(네덜란드)이 지휘봉을 내려놓은 후 7년 만의 외국인 감독 시대다. 슈틸리케호는 14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코스타리카와 평가전을 치른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 8강 신화를 달성한 코스타리카의 FIFA 랭킹은 15위다.


슈틸리케 감독은 또 다시 실험에 나선다. 그는 23명의 엔트리를 모두 가동할 계획이라고 했다. 기존의 4-2-3-1 시스템을 유지했지만 상황별로 포백과 스리백이 혼재된 다양한 카드를 꺼내들 것으로 보인다. 경쟁은 또 다른 화두로 떠올랐다. 기성용은 "팀이 오랜만에 무실점으로 승리해서 기쁘다. 감독님도 무실점으로 이긴 것에 만족하는 듯하다.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2연승을 하도록 준비하겠다"며 "오늘 선발로 나선 선수들이 베스트 11으로 나간적이 많지 않았다. 팀이 소집된지도 얼마 안됐다. 감독님의 생각이 있었다. (오늘 경기에 나선 선수들이) 능력을 증명했기에 다른 선수들과 더 좋은 경쟁이 될 듯하다"고 강조했다.

슈틸리케 감독 파격은 코스타리카전에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 축구가 새로운 그림을 그리고 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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