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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 상주 감독 "자꾸 배아픈 사람처럼 몰아가지 마세요"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4-10-05 16:09



"이거 내가 배아픈 사람처럼 비춰지는 것 같은데, 그쪽으로 몰아가지 마세요."

28년만의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주목을 받는 감독이 있다. 박항서 상주 감독이다. 상주는 군입대자로 선수단을 꾸린다. 병역 혜택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북한을 꺾고 이번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임창우(대전) 김진수(호펜하임) 이재성(전북) 등 23세 이하 유망주들과 '와일드카드' 박주호(27·마인츠) 김신욱(26) 김승규(24·이상 울산) 등이 병역문제를 해결하게 됐다. 한국축구의 환희가 상주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묘한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박 감독은 개의치 않았다. 그는 5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인천과의 2014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30라운드 전 가진 인터뷰에서 "선배로 축하할 일이다. 이광종 감독이 친한 동생인데, 배아픈 사람처럼 주변에서 몰아가니까 당황스럽다"고 웃었다. 그는 "나는 민간인 신분이고 그 선수들이 군대에 입대하려면 적어도 4~5년은 있어야 한다. 내가 그때까지 여기 있을 지 없을 지도 모른다"고 했다. 물론 아쉬운 선수도 있다. 김승규다. 지난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대세로 떠오른 김승규는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도 7경기 연속 무실점에 성공하며 금메달의 일등공신이 됐다. 박 감독은 "상주가 골키퍼에 약점이 있다. 김승규는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할 경우 입대 후 상주에서 뛰는 것으로 울산과 어느정도 이야기를 마친 상태였다"며 "하지만 다른 대안도 있고, 김승규가 안온다고 배아파 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박 감독은 아시안게임과 특별한 인연이 있다. 박 감독은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에서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 당시 수석코치로 활약한 박 감독은 온 국민의 기대속에 금메달 도전에 나섰지만 아쉽게 동메달에 그쳤다. 그래서인지 이번 금메달이 특히 더 기뻤다고 했다. 당시 금메달을 따지 못한 것에 아쉬움이 없냐고 물었더니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딴 홍명보도 못딴 금메달인데"라고 웃으며 "이번 28년만의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정말로 축하할 일이다. 이광종 감독과 선수들의 노고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고 진심어린 칭찬을 보냈다.


인천=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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