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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껑을 열기 전 보강할 포지션이 많았다. 그 중 한 자리가 골키퍼였다.
이광종 인천아시안게임대표팀 감독이 그 동안 연령별 대표팀에서 줄곧 중용한 수문장들은 이창근(21·부산)과 노동건(23·수원)이었다. 불안함을 지울 수 없었다. 소속 팀 출전수가 부족했다. 주전 수문장 노동건은 정성룡에 밀려 K-리그 클래식에서 단 두 경기밖에 출전하지 못했다. 이창근도 백업이었다. 이범영의 그늘에 가려 한 경기 출전에 그쳤다.
이미 김승규의 활용법은 나와 있었다. 객관적 전력에서 한 수 아래인 조별리그 팀들을 상대할 때는 김승규가 필요없었다. 패하면 곧바로 짐을 싸야하는 토너먼트가 시작될 때부터 '김승규 시너지'를 바랐다. 아직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아니 김승규가 진가를 드러낼 장면이 거의 없었다. 볼을 만질 기회가 많지 않았다. 16강에서 만난 홍콩도 한국의 적수는 아니었다. 홍콩은 슈팅을 단 한 차례도 기록하지 못했다. 고비라고 평가됐던 8강도 싱거웠다. 21세 이하 대표로 구성된 '숙적' 일본은 한수 아래였다. 이날도 한 차례 슈퍼세이브가 있었을 뿐 장현수(광저우 부리) 김민혁(인천) 김진수(호펜하임) 임창우(대전) 등 수비수들의 몸을 아끼지 않는 플레이로 비교적 편안하게 경기를 치를 수 있었다.
하지만 4강부터는 상대가 아무리 전력에서 열세라도 방심할 수 없다. 김승규는 "4강에 오른 팀 중에 약팀은 없다. 태국 선수들의 개인 능력이 좋다"고 말했다. 이어 "팀이 준비가 잘됐다. 우리 것만 잘하면 된다"고 했다. 김승규는 4강전부터 필수적으로 준비해야 할 승부차기 방어 능력도 출중하다. 긴 팔, 강한 집중력과 빠른 순발력을 갖추고 있다. 상대 선수가 공을 찰 때까지 눈을 떼지 않는다. 눈의 반응 속도보다 날아오는 공의 속도가 빠르긴 하지만, 무서울 정도의 침착함은 그만의 무기다. 이 감독이 필드 플레이어가 아닌 골키퍼를 와일드카드로 발탁한 이유를 증명할 때가 왔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