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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AG]'역대 최약체' 이광종호에는 특별한 것이 있다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4-09-30 06:19


역대 7번째 아시안게임 축구 한일전이 펼쳐졌다. 28일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축구 한국과 일본의 경기 8강전 경기에서 한국이 후반 터진 장현수의 페널티킥 골로 1-0으로 승리하며 4강에 진출했다. 경기 종료 후 기쁨을 나누는 태극전사들의 모습.
인천=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4.09.28/

조별리그에 이어 홍콩, 일본을 넘었다.

5전 전승, 10득점-무실점이다.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이틀 만의 결전이다. 한국 축구가 30일 오후 8시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복병' 태국과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4강전을 치른다.

어제의 환희는 또 지워야 한다. 특히 한-일전의 후유증은 역사에서 배워야 한다. 1994년 히로시마 대회에서 한국은 이번 대회처럼 8강전에서 홈팀 일본과 맞닥뜨렸다. '미리보는 결승전'이었고, 역사에 남을 명승부를 연출했다. 손에 땀을 쥐는 치열한 공방 끝에 3대2로 역전승했다. 더 이상 벽은 없는 듯 했다. 금메달을 의심하는 사람도 없었다. 하지만 우즈베키스탄과의 4강전에서 덜미를 잡혔다. 일방적인 경기였다. 유효슈팅수는 15대1이었다. 그러나 우즈베키스탄의 유효슈팅 한 방이 골키퍼 실수로 실점으로 이어졌다. 0대1 패배였다.

1998년 방콕 대회에선 조별리그에서 일본을 2대0으로 제압했다. 하지만 8강에서 태국에 충격패(1대2)를 당하며 짐을 싸야했다. 1986년 서울 대회에서 마지막 금메달을 목에 건 후 최악의 성적이었다.

다시 태국이다. 이광종호는 태국을 넘어 28년 만의 결승 진출을 노린다. 손흥민(22·레버쿠젠)의 차출 실패, 김신욱(26·울산)과 윤일록(22·서울)의 부상 등 혼돈의 연속이었다. 힘겹게 여기까지 왔다.

그런데 야속하게도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전승에도 외부의 반응은 냉랭하다. 격려가 필요하지만 채찍의 목소리가 더 높다. 비판 또 비판이다. 한국과 16강전에서 격돌한 김판곤 홍콩 감독은 "선수들이 잘하고 있는 것 같은데 많은 압박을 받고 있다. 압박을 해서 좋을 것은 없다. 선수들은 정신력과 체력 등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줬다. 국민들이 격려와 응원을 보내면 더 잘할 것"이라고 했다. 뼈있는 한마디였다.

태극전사들도 느끼고 있다. 하지만 '남탓'으로 돌리진 않는다. '역대 최약체', 스스럼없이 인정하고 있다. 그 벽과도 싸워 이겨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냉철한 판단이다. 예전 대표팀과 다른 이광종호의 특별한 모습이다. "대회 막바지에 다달은 느낌이다. 우리는 역대 아시안게임 멤버 중 최약체다. 국가대표가 별로 없다. 그러나 조직력으로 여기까지 왔다. 조직력과 열정으로 금메달을 따내겠다." 김신욱의 말이 현주소다.

튀는 선수가 없다. '희생'이라는 단어를 마음 속에 새겼다. 말보다 귀를 열고 듣는 것이 먼저다. 포지션별로 수시로 소통하며 탈출구를 찾는다. 개개인의 장점도 숨김없이 전수한다. 이용재(23·나가사키)는 홍콩전에서 부진을 털어버리는 결승골을 터트린 후 벤치에 있는 '스승' 김신욱에게 달려가 포옹했다. 김신욱은 짬이 나면 이용재에게 1대1 교습을 한다. 공격수로 경험한 부분, 타깃맨의 역할 등에 대해 꾸준히 조언한다.


일본전에서 결승골을 터트린 주장 장현수(23·광저우 부리)는 중심 축이다. 그는 "2주간 소집 훈련 때 힘든 면이 있었다"고 솔직하게 토로했다. 어느덧 추억이 됐다. "경기를 치를수록 조직력이 향상되고 있다. 여기까지 왔는데 선수들의 마음이 흐트러지지 않게 다잡고 있다. 틈이 보이지 않게 희생을 강조하고 있다." 입술을 깨물었다.

이광종 감독은 물론 태극전사들의 머릿속은 금빛으로 채워져 있다.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정상 등극으로 모든 것이 치유될 수 있다. '역대 최약체'의 생존 철학이다.

이 감독은 "심리적인 부분에서 긴장하고 있지만 마음 편하게 운동장에서 즐기려는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했다. 그 날이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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