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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스타' 이근호(29)의 국방부 시계가 멈춰섰다. 동시에 이근호의 K-리그 클래식 출전 시계도 멈췄다. 이근호가 16일 전역했다. 박항서 상주 감독, 국군체육부대관계자, 동료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경북 문경의 국군체육부대를 뒤로한 이근호는 만감이 교차했다. "마음 편하게 밖에 나오니 좋다. 안갈 것 같던 시간이 다 지나갔다. 누구나 다 하는 국방의 의무지만 뭔가 큰 일을 이뤄냈다는 뿌듯함이 있다. 이제 군생활 안한다. 개운할줄만 알았는데 정이 많이 들어서 그런지 조금 아쉽다. 제일 아쉬운건 팀 성적이다. 박항서 감독님을 더 못본다는 것도 아쉽다." 제대의 기쁨과 이별의 아쉬움을 느낄 새도 없다. '민간인' 이근호는 17일 오전 카타르행 비행기에 올랐다. 카타르 엘자이시로 이적한 그는 18일부터 팀 훈련에 합류해 두 번째 해외 생활을 시작한다.
17일 인천공항에서 만난 이근호는 "오랫동안 활약하고 싶다"며 새 출발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오랫동안 해외에서 활약하는게 인정받는다는 의미인 것 같다"는 생각이다. 이런 생각을 갖게 된 배경이 있다. 최근 K-리그 클래식과 A대표팀을 오간 이근호는 '선배' 이동국(35·전북)의 활약을 보며 자신의 미래를 그렸다. 이근호는 "동국이형을 보면 자극을 자주 받는다. 앞으로 동국이형이 5년은 더 현역으로 뛰어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후배 공격수로 이동국이 30대 중반을 넘긴 나이에도 한국 최고의 공격수 자리를 지키고 있는 모습이 부럽고, 자랑스러운 것이다. 이어 그는 "내가 아직 은퇴를 얘기할 시기는 아니지만 해외에서 오랫동안 활약한 뒤 은퇴를 앞두고 마지막으로 K-리그로 돌아오고 싶다"는 바람과 함께 한국을 떠났다.
당장 눈앞에 펼쳐진 과제는 주전 경쟁이다. 카타르리그에서 아시아쿼터가 폐지돼 주전 경쟁의 길이 더욱 험난해졌다. 그는 "구단에서 많은 돈을 들여 외국인선수를 영입했다. 경기에 뛰려면 열심히 해야 한다. 그게 가장 큰 고민이다, 빨리 자리잡는게 목표다. 19일에 중요한 경기가 있으니 구단에서 빨리 팀 훈련에 합류하라고 했다. 그 경기에 나설 수 있도록 준비를 잘 하겠다"고 했다. 이어 "지난 시즌에 팀이 2위를 했는데 올시즌 우승을 할 수 있도록 보탬이 되고 싶다. 월드컵 행운의 골 덕분에 해외 진출하는 것 같은데 새 팀에서는 골도 많이 넣고 싶다"며 힘찬 도전을 약속했다.
인천공항=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