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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첫발 뗀 北, 긴장감 넘쳤던 인천의 하루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4-09-15 18:50


◇북한 심현진(가운데)이 15일 인천축구전용구장서 열린 중국과의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본선 조별리그 F조 1차전 전반 9분 선제골을 터뜨린 뒤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인천=정재근 기자cjg@sportschosun.com

긴장 또 긴장이었다.

15일 인천축구전용구장의 분위기는 오전부터 잔뜩 굳어 있었다. 특별한 손님 맞이에 분주했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 참가한 북한 선수단이 베일을 벗었다. 아시아 무대 다크호스로 꼽히는 남자 축구가 첫 발을 뗐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는 이날 인천축구전용구장에 북한-중국전 단 1경기 만을 배정했다. 2~3경기가 한꺼번에 열린 다른 구장과는 사뭇 달랐다.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 경비 및 점검 시간을 늘리기 위한 조치였다. 경기장 관계자는 "이미 경기 며칠 전 국정원으로부터 운영 참고사항이 전달됐다"고 밝혔다. 북한 선수단을 자극할 수 있는 행위나 단어 사용을 자제하라는 내용이었다. '북한'이라는 명칭 대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공식명칭을 사용하라는 점도 강조됐다.

경기시작 3시간 전부터 '열공모드'였다. 국기 및 선수 입장부터 국가 연주, 심지어 선수단 호명까지 리허설 무대가 3번이나 펼쳐졌다. 한 순간의 실수가 잔칫상을 엎을 수도 있었다. 지난 12일 북한 선수단 입국을 전후해 인공기 게양, 훈련장 걸개 철거 요구 등 논란의 연속이었다.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었다. 경기장 밖은 마치 국빈맞이를 하는 분위기였다. 경기장 곳곳에는 형광색 조끼를 입은 경찰들이 포진했다. 특수경찰과 특수견이 맴돌면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북한 선수단을 응원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은 남북공동응원단이 카드섹션을 놓고 경기장 관계자와 작은 실랑이를 벌이는 장면도 눈에 띄었다. 스포츠 제전에 드리운 분단의 아픈 그림자였다.

반면 그라운드엔 여유가 넘쳤다. 경기시작 1시간 30분 전 붉은색 훈련복을 입은 북한 선수단이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냈다. 대부분 밝은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거닐었다. 경기 전 훈련에 앞서 자신들을 응원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은 남북공동응원단을 찾아가 박수로 답례하는 모습도 보였다. 북한 선수단 관계자는 직접 경기 운영실을 찾아 인공기 영상 및 국가를 꼼꼼히 체크했다. 2012년 런던올림픽 여자 축구에서 인공기 대신 태극기 사진이 걸렸던 것을 의식하는 눈치였다.

철저한 준비 때문이었을까. 그라운드는 북한의 독무대였다. 경기시작 9분 만에 심현진이 아크 오른쪽에서 호쾌한 오른발슛으로 골망을 갈랐다. 후반 1분 서경진의 추가골에 이어 9분 뒤 리혁철의 쐐기골까지 터지면서 일찌감치 승부가 갈렸다. 2000여 관중들의 환호와 중국 선수단과 취재진의 탄식이 엇갈렸다. 승부는 북한의 3대0 완승으로 끝났다. 북한이 속한 F조는 A~E조와 달리 3개 팀이 한 조에 묶여 있다. 중국전 승리로 북한은 18일 화성에서 열릴 파키스탄과의 F조 최종전 승리하면 조 1위로 16강에 오른다.

모두를 긴장시켰던 북한 선수단의 인천아시안게임이 무사히(?) 시작됐다.


인천=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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