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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히딩크 꿈꾸는 슈틸리케의 '코리아 드림'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4-09-10 16:32 | 최종수정 2014-09-11 06:43


한국축구대표팀과 우루과이 대표팀의 평가전이 8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렸다. 슈틸리케 신임 감독과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경기를 마친 대표팀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고양=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4.09.08/

거스 히딩크 감독은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로 외국인 사령탑의 전성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히딩크 감독의 여백은 아픔이었다. 움베르투 코엘류(포르투갈)→ 요하네스 본프레레→딕 아드보카트→핌 베어벡(이상 네덜란드) 감독이 바통을 이어받았지만 빈자리를 채우지 못했다. 돌고, 돌아 다시 외국인 감독이다.

대한축구협회가 5일 독일 출신의 울리 슈틸리케 감독(60)을 A대표팀의 새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8일 귀국한 그의 첫 인상은 포근했다. 우루과이와 A매치(0대1 패)를 관전한 그는 10일 K-리그 수원-울산전을 관전했다. 11일 스페인 마드리드로 돌아가 짐을 정리한 뒤 부인과 함께 재입국할 예정이다. 계약기간은 4년, 2018년 러시아월드컵까지다. 그의 주무대는 국내다. A대표팀 뿐만 아니라 유소년과 여자 축구 등 한국 축구의 체질 개선에도 힘을 보태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라운드는 냉혹한 전장이다. 패장은 기억되지 않는다. 미래가 밝을 수도, 어두울 수도 있다. 내년 1월 아시안컵이 기다리고 있고, 6월부터는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이 시작된다. 슈틸리케 감독의 '코리아 드림'은 과연 어떤 그림일까. 10월 1일 계약이 시작된다.

첫 번째 철학은 '이기는 축구'

현역 시절의 슈틸리케는 화려했다. 스페인 프라메라리가 레알 마드리드에서 활약했다. 미드필더와 수비를 넘나들었다. 외국인 선수상을 무려 4차례나 수상했다. 베켄바워의 후계자로 주목받았고, 10년간 독일 대표선수로 활약했다. A매치 42경기에 출전했다.

하지만 지도자로는 빛을 보지 못했다. 1988년 은퇴 이후 스위스 국가대표팀 감독에 선임됐다. 이후 스위스와 독일 등에서 클럽 감독으로 지도자 경력을 쌓았다. 독일대표팀 수석코치와 코트디부아르 감독도 역임했다. 2008년부터 최근까지는 카타르리그의 알 사일리아와 알 아라비 감독을 지냈다.

어느덧 한국 나이로 환갑을 맞았다. 풍부한 경험은 최고의 강점이다. 그의 첫 행보는 '낮은 자세'였다. "한국 문화를 먼저 공부해야 한다", "선수 파악과 정확한 진단이 먼저다"…. 그리고 우루과이전을 관전한 후에는 "어떤 약이 필요한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거창한 목표를 남발하지 않았다.


다만 지휘 철학은 분명했다. "모든 감독들은 여러 문제들을 갖고 있다. 한 경기만 패배하고도 대가를 치를 수 있다. 어려운 결과를 어떻게 극복할지를 잘 준비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한 경기의 스타일만으로 성공할 수 없다. 볼점유율이 몇 %인지 패스를 몇 번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승리가 중요하다. 어떤 날에는 티키타카가 승리의 요인이 될 수 있다. 어느 날에는 공중볼이 중요하다. 이기는 경기를 해야하는게 중요하다."

한국 축구의 색깔 찾기

적극적이었다. 한국행을 결정하는 데 망설이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독일대표팀의 분석관으로 한국을 찾았다. 폴란드와의 조별리그 1차전(2대0 승)을 보고 한국 축구에 매료됐다. 카타르에서 지도자 생활을 할 때는 남태희(23·레퀴야)가 옆집에 살았다. 경기를 준비하는 자세에서 한국 축구의 미래를 확인했다.

그는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린 독일 출신이다. 독일 축구를 고집하지 않았다. 한국만의 색깔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닫힌 문이 있으면 그 집에 들어갈 수 없다. 향후 몇 개월간 내가 해야 하는 일이다. 일단 독일 축구와 공통점을 찾아야 한다. 독일 축구가 정답은 아니다. 공통점을 찾은 후 고민해 보겠다"고 했다. 그리고 "좋은 팀들과 함께하면 성공하기가 더 쉽다. 그러나 좋은 감독도 좋은 팀을 맡다가 떨어질 수 있다. 어떤 선수와 하는지가 중요하다. 감독들을 한 개의 대회만으로 평가하는 것은 맞지 않다. 최대한 결과를 뽑는게 감독의 능력이다. 어떻게 이끌고, 부족한 선수들을 어떻게 올리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시안컵에 대해서도 공수표는 없었다. "하루 빨리 복귀해서 K-리거나 23세 이하 선수들을 빨리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유럽파는 파악이 쉽다. 좋은 선수들을 국내에서 발굴해서 비교하겠다. 한국이 축구 강국으로 갈 수 있는 희망이 없었으면 대표팀 감독직을 수락하지 않았을 것이다. 선수 시절 22~23세 때는 잘하는 축구를 했고, 26~27세때는 더 나은 축구를 했다. 어린 시절에는 무의식 중에 했고, 나이들면서 생각하는 축구를 했다. 독일대표팀은 2006년과 2010년에 강하지 않았다. 같은 구성으로 했는데 2014년에는 우승했다. 경험이 큰 역할을 했다." 안정과 변화가 조화를 이루는 팀, 선수들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팀을 만들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었다.

10월 데뷔전과 그의 향후 행보

슈틸리케 감독은 수석코치에 아르헨티나 출신인 카를로스 아르모아를 선임했다. 한국 지도자 중에는 신태용 코치가 합류한다. 1~2명의 한국인 코치를 더 영입할 계획이다. 박건하 코치와 김봉수 골키퍼 코치가 브라질월드컵 연장 선상에서 계속해서 A대표팀에 남을 가능성이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10월 10일 파라과이전을 통해 한국 축구 사령탑으로 데뷔한다. 14일에는 코스타리카전이 기다리고 있다. "외국인이 오면 편견이 있다. 대부분 돈이나 명예 때문에 다른 나라에 온다고 생각한다. 나는 매경기 이길 것이라 약속할 수 없다. 하지만 경험을 토대로 열심히 할 것을 약속한다. 나는 선수들 마음속으로 들어가길 원한다. 영혼을 울려야 한다. 부탁하고 싶은 것은 10월 파라과이와의 경기 후 경기를 잘 분석해서 비판할 부분이 있으면 비판해줄 것을 부탁한다." 슈틸리케 감독의 '모험'이 시작됐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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