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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국-한교원 빠진 전북,'공격하는 수비수'이주용이 있었다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4-09-06 18:11


이주용. 사진제공=전북 현대

'선두' 전북이 2연패에서 탈출했다.

전북은 6일 오후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K-리그 클래식 24라운드 상주상무전에서 전반 27분 '루키' 이주용의 선제골과 전반 37분 이승기의 쐐기골에 힘입어 2대0으로 승리했다. 서울, 전남에 의외의 일격을 당하며 시즌 첫 2연패를 기록했지만, '닥공' 전북은 위기에 강했다. A대표팀에 차출된 이동국, 한교원의 공백을 완벽하게 메워내며, 소중한 승점 3점을 쌓아올렸다.

공격수 출신 왼쪽 풀백 이주용은 '물건'이었다. 직전 전남전에서 빠르고 날카로운 모습으로 측면, 중앙을 쉴새없이 흔들며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던 이주용은 이날도 선발출전했다. 활발한 오버래핑을 선보였다. 전반 27분 레오나르도의 패스를 이어받아 박스안으로 쇄도하며 날린 왼발 슈팅은 강력했다. 올시즌 첫골, 프로 데뷔골을 신고했다.

이주용은 '전북 키드'다. 2009년 전북 유스 영생고 시절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볼보이로 일했다. 이동국, 최태욱, 에닝요를 보며 프로의 꿈을 키웠다. 동아대 출신 왼측면 공격수로 2013년 U-리그 영남권 득점왕(17골)에 올랐던 이주용은 지난 2월 전북 유니폼을 입었다. 윙어로 브라질 전지훈련을 소화한 그는 현재 전북의 주전 왼쪽 풀백이다. 지난 6월 목포 전지훈련에서 뜻하지 않게 최강희 감독으로부터 포지션 변경 제의를 받았다. 중학교 이후 줄곧 공격수로만 활약했던 이주용은 "뛸 기회만 오면 어떤 포지션이든 상관없다는 생각"에서 최 감독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축구 인생을 단숨에 바꿔놓은 '신의 한 수'였다. 후반기 첫 경기부터 출격 기회를 잡더니 벌써 10경기에 나섰다. 벤치워머에서 주전 왼측면 수비수로 다시 태어났다. 현역시절 공격수에서 풀백으로 변신했던 최 감독의 눈을 정확했다. "주용이는 성격이 침착하고 체형이 파워형이지만 중심이 낮다. 몸만 봐도 딱 수비에 적합한 체형이다. 지구력에 스피드도 있고 공격수 출신이라 킥력과 크로스 능력도 있으니 풀백이 딱 어울렸다"고 밝혔다. '공격하는 수비수' '트랜스포머' 이주용의 활약에 팬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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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의 무덤'으로 불리는 전북 현대에 2014년 기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진입장벽이 높은 베스트 11의 두 자리를 겁없는 신인 두 명이 당당히 차지하고 있다. 22세 동갑내기인 이주용과 이재성이 두터운 전북의 스쿼드를 뚫어냈다. 그 중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왼쪽 측면 수비수 이주용은 요즘 구름 위를 걷고 있다. 단 2개월만에 '절대 1강' 전북의 주전 자리를 꿰찬데 이어 '전북의 미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직 이 상황이 익숙하지 않지만 그는 평점심을 유지하고 있다. 전북 유스 출신 최초로 국가대표에 선발되는 기쁨을 맛보는 그날을 위해서다.

볼보이에서 주전으로

"아직도 동국이형을 보면 연예인 보는 느낌이죠."

2009년 전북의 유스팀인 영생고 재학 당시 이주용은 처음으로 전주월드컵경기장을 찾았다. 어느 날은 볼보이로, 또 다른 날은 경기 진행 보조요원으로 경기장에 투입됐다. 그라운드 가까이에서 이동국, 최태욱, 루이스, 에닝요 등의 플레이를 직접 볼 수 있었다. 그는 "2009년에 형들을 보면서 보고 배우는게 많았다. 프로의 벽이 얼마나 높은지 간접적으로 느꼈다. 영생고 다니면서 최고로 좋았던게 그라운드 가까이에서 전북 선수들을 본 것"이라며 웃음을 지었다. 2009년 17세의 꿈나무는 결국 5년 뒤 우상이던 이동국과 한 팀에서 동료로 호흡을 맞추게 됐다. 영생고와 동아대를 졸업하고 2014년 전북의 유니폼을 입었다. 그러나 그는 아직도 볼보이 당시의 추억과 현실 사이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처음에는 밖에서만 보던 선수들과 같은 선수로 생활한다는게 익숙하지 않았다. 아직도 팬의 입장이다. 형들을 보면 연예인 같아서 처음에는 말걸기도 힘들었다. 동국이형을 보면 아직도 연예인을 보는 느낌이다."



'신의 한수'가 된 포지션 변경



볼보이에서 전북의 주전으로 성장한 이주용은 전북의 미래다. 전북 유스팀 출신이 국가대표로 성장하는 스토리의 주인공을 꿈꾸고 있다. "전북 유스 출신 최초로 국가대표에 뽑히는게 꿈이다. 가능하다면 해외에도 진출하고 싶다. 하지만 내 축구인생의 끝은 전북과 함께 하고 싶다." 유럽 빅리그에서도 왼발잡이 풀백 품귀현상이 벌어지고 있어 가능성이 충분하다. 최 감독도 "수비수로 포지션을 바꾼 뒤 몇 경기 뛰지 않았는데도 주목을 받고 있다. 충분히 장점이 많은 선수라 경험만 쌓이면 전북 뿐만 아니라 국가대표에서도 활약할 수 있다. 왼발 풀백의 희귀성이 계속 지속될 것 같다. 더 큰 목표를 갖고 노력하면 충분히 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선수"라며 장밋빛 미래를 전망했다. 이주용은 "볼보이를 하며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뛰는 꿈을 꿨는데 이뤄졌다. 이제는 크로스나 세밀한 마무리 능력, 대인마크 능력을 키워 공격을 잘하는 수비수로 불리고 싶다"며 내일의 스타를 꿈꿨다. 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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